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전’을 치른다. ‘거야’(巨野)의 수장이 된 이후 처음 국회 본회의장 연단에 오르는 이 대표는 연설을 통해 민생을 강조하며 ‘유능한 대안 야당’ 이미지를 부각할 예정이다.

연설문의 방점은 이 대표가 최근 강조해 온 민생 경제에 찍힐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부터 강조해온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시리즈’에 대한 내용도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된 이 대표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에 대한 언급도 나올 수 있다. 또 기초연금·아동수당 확대를 비롯해 당이 선정한 정기국회 7대 입법과제도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대표는 한국사회 현주소를 5대 위기(정치위기·경제위기·기후위기·인구위기·평화위기)로 규정하면서 미래 비전 등 중장기적 전략을 제시하는 데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치 공세성 발언은 최대한 지양할 방침이다. 실정(失政)을 지적하기보다 국정 방향을 제시하며 ‘유능한 야당 대표’ 이미지를 강조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최근 외교참사나 정부의 시행령 통치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올 수 있지만,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정쟁으로 비칠 수 있는 내용은 최소화할 것”이라며 “이 대표도 비판보다는 비전을 보여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정쟁에는 철저하게 거리를 뒀다. 현안에 대한 발언이 많아질수록 민생은 사라지고 여야 간 공방만 남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알려졌다.

당 대표 취임 이후 각종 현안에 대한 취재진의 백 브리핑 요구에 침묵을 유지하는 것도 국민의힘에 정쟁 소재를 만들어주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최근 대여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불의를 방관하는 것은 불의다. 김대중 선생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 했다”고 적었다.

또 트위터에 해당 페이스북 글을 갈무리한 사진을 올린 뒤 “할 수만 있다면 담벼락에 고함이라도 치라고 하셨던 김대중 선생은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 했습니다”라고 다시 강조했다.

지난 2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논란과 대통령실 해명에 대해 “국민은 망신살이고, 아마 엄청난 굴욕감과 자존감의 훼손을 느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길을 잘못 들면 되돌아 나오는 것이 가장 빠른 해결책”이라며 “거기서 또 다른 길을 찾아서 헤매본들 거짓이 거짓을 낳고, 또 실수가 실수를 낳는 일이 반복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가 정부·여당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해외 순방 논란을 이번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무대에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 대표 연설을 기점으로 민생에 더욱 방점을 두고 다른 한 편으로는 강력한 대여 비판으로 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정기국회 입법에서는 민생을, 국정감사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질타할 예정”이라며 “이 대표도 대표 연설을 통해서는 민생을 강조하겠지만 해외순방 논란을 계기로 국민 정서가 크게 악화됐다는 점에서 정국 현안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 결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임동욱 기자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