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누리야! 우주로 가자!”

21일 고흥군 영남면 남열리에 있는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서는 누리호를 응원하는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섬광을 뿜으며 누리호가 날아오를 때부터 차례로 1단, 2단, 위성 모사체 등 분리가 이뤄지고 남극세종기지와 첫 교신을 성공한 순간까지 시민들이 한 마음으로 환호를 쏟아낸 것이다.

이날 고흥우주발사전망대에는 전국에서 역사적인 순간을 보러 1000여명이 찾아와 인산인해를 이뤘다. 발사 3시간여 전인 오후 1시부터 총 257면 주차장이 가득 찬 것을 넘어 산비탈 도로변에도 100여대의 차가 주차돼 주차 행렬이 수km 이어질 정도였다. 아이들 손을 잡고 찾아온 가족부터 연인, 어르신, 외국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몰렸다.

고흥군은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야외 차량 전광판을 설치해 발사 순간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구름 없이 맑은 날씨인데다 최고 기온이 30.6도에 이르는 등 더위 속에서도 시민들은 나무 그늘, 전망대 실내 등지에서 햇빛을 피하며 들뜬 마음으로 발사를 기다렸다.

오후 4시, 전망대 난간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한 목소리로 누리호 발사를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함께 외쳤다.

“5! 4! 3! 2! 1!” 외침에 이어 바다 너머 외나로도의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붉은 섬광이 번쩍이자 “와” 하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4초 여 뒤, 누리호가 하늘로 솟구치며 ‘우르르’ 하는 굉음을 내자 다시 한번 환호성이 쏟아졌고, 시민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전망대 입구에서 받은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도, 서로를 끌어안고 발사 장면을 두 눈에 담는 연인도, 아빠 목마를 타고 환호하는 아이도 모두 한 마음으로 누리호를 바라봤다. 누리호가 하늘 너머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진 이후에도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도 많았다.

21일 오후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에 아이를 목말 태운 시민이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궤적을 바라보며 발사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전망대 인근 남열해돋이해수욕장에도 200여명의 인파가 몰려 누리호에 응원의 목소리를 보탰다.

이후 시민들은 전망대 주차장에 마련된 전광판 앞에 다시 몰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성공·실패 여부를 지켜봤다. 12여분이 지나 3단 엔진까지 정지되고 목표 궤도를 향해 순항 중이라는 소식을 듣자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이윽고 발사 42분여 뒤 전광판에 ‘누리호 교신 성공’ 문구가 뜬 데 이어 오후 5시 10분 ‘궤도 안착 성공’ 소식을 듣자 시민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다시 한번 포효했다. 박수를 치며 기쁨을 나누는 이들과 “성공 기념 떡 하나 드시라”며 쑥떡을 나누는 이들도 있었다.

최하나(여·42·경기 안산시)씨는 “아이들에게 역사적 순간을 기억에 남겨주고 싶어 아침 7시부터 고흥에 왔는데, 발사까지 성공하니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최씨의 딸인 주하은·시현·현서양(13·11·8)도 “누리호가 눈깜짝할 새에 우주에 올라가니 너무 멋있다. 나중에 크면 누리호를 타고 우주에 가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휠체어에 앉은 노모 이애순(여·90)씨와 함께 발사 순간을 지켜본 김용찬(63·전북 전주시)씨도 “어머니, 우리나라 과학 기술이 이렇게 발전했다”며 환호했다. 김씨는 “어머니 몸이 불편하신데, 함께 소중한 추억을 쌓고 싶어 2시간 20분 차를 달려 왔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오랜만에 다함께 응원하는 열기도 느꼈다. 어머니와 잊지 못한 추억을 만들어 준 누리호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한국에 귀화한 무함마드 아이말(Muhammad Ajmal·44)씨 아들 오시훈(11·충남 대전시)군도 “여러 사람과 함께 모여 응원하는 열기가 굉장히 뜨거웠다. 우리 응원으로 누리호 성공에 힘을 보탠 것 같아 보람차고 감동적이다”며 박수를 쳤다. 오 군은 “평소 우주에 관심이 많아서 발사 장면을 직접 보고 싶다고 졸랐다”며 “누리호를 보면서 ‘훌륭한 유치원 선생님이 되게 해 달라’고 소원도 빌었다. 커서 많은 아이들에게 드넓은 우주를 가르쳐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다졌다.

/고흥 나로우주센터=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