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변호하는 성폭력 피해자(의뢰인)를 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변호사〈광주일보 2020년 9월 4일 6면 단독보도〉가 피해자 변호 과정에서 입수했던 개인정보를 항소심 재판에 활용하고 있다는 여성단체측 주장이 제기됐다. 여성단체들은 2차 가해 행위가 분명한데도 제지하지 않는 재판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등 26개 여성단체는 20일 광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가 형량을 낮추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해당 A 변호사는 지난 9월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피해자와 관련된 개인적 정보 열람을 재판부에 요청했는데, 해당 정보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는 게 여성단체들 주장이다.

여성단체들은 “가해자가 피해자 변호를 맡았던 당시 입수했던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이용하는 등 2차 가해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가해자의 2차 가해행동에 동참하는 재판부 행태에 분노한다”면서 “자신의 개인정보 열람을 허가한 재판부로 인해 피해자는 더욱 더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해자측 변호사도 이날 법정에서 “가해자가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매우 문제”라며“검찰과 법원에 진정을 넣겠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는 “재판부는 가해자의 성폭력 범죄가 우발적이거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위계와 위력을 이용한 상습적인 범죄 행위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A변호사는 지난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폭력 사건 피해자를 상대로 법률 상담을 진행하다가 범행을 재연하는 것처럼 가장해 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다음 재판은 오는 12월 8일에 열린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