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세진 시인, 장편소설 ‘이야기꾼 미로’ 펴내
2021년 06월 24일(목) 05:20
호수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
어느 날 아침 짙은 안개 속에서 ‘미로’라는 존재가 나타난다. 미로는 호수세계에서 왔는데, 그곳은 문자가 없어 이야기를 전해주는 이야기꾼이 따로 존재한다. 모든 만물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고 믿는 이들은 이야기를 잃어버리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야기꾼은 다른 어떤 존재보다 중요하게 인식한다.

문화비평가인 천세진 시인이 장편소설 ‘이야기꾼 미로’(교유서가)를 펴냈다. 시인이지만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작가는 호수 세계 이야기꾼을 통해 삶의 지혜를 들려준다.

작은 호수마을에 사는 미로는 엄마를 잃고 슬픔에 잠겨 있다. 미로는 마을의 하나뿐인 이야기꾼 ‘구루’ 할아버지에게 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움호수라고 명명된 그곳에 가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로는 사랑하는 엄마를 만나고, 호수세계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구루 할아버지와 여행을 떠난다.

“살아 있는 모든 건 이야기를 갖고 있어. 죽은 것으로 보이는 것도 이야기를 갖고 있지. 세상에 죽은 것은 단 하나도 없어. 사람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이야.”

할아버지와 함께 여행을 떠난 미로는 꽃과 나무, 버섯 등이 품고 있는 무수한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그리움호수에 당도해 엄마를 만나게 된다.

한편의 동화 같기도 한 소설은 맑은 감성과 서정적 서사를 담고 있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환상적인 꿈은 가족 모두가 함께 읽어도 무방할 만큼 우화적 특징을 담고 있다. 소설은 바쁘게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전하는 위로이자, 우리가 진정 기억해야 할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기호 소설가는 추천사에서 “천세진은 사물의 이름을 아는 자이고 목소리마다 자기 삶을 서사화하고 그를 드러내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아는 작가이다”며 “하나의 시에는 하나의 이야기가 깃들어 있고 그것이 내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 소설을 한 편의 판타지로 읽어도 무방하리라”고 평한다.

한편 천 시인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으며 시집 ‘순간의 젤리’, ‘풍경도둑’과 문화비평서 ‘어제를 표절했다’를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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