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 지음, 전승희 옮김
2021년 06월 05일(토) 02:00
때는 1983년. 대처의 보수당 정권이 압승을 거둘 것인지 몰락할 것인지 하등의 관심도 없이 25세인 윌리엄 벡위스는 잘 나가는 청춘이다. 그는 전직 검찰총장 조부가 사준 런던의 아파트에서 부를 누리며 산다. 특정 직업도 없이 낮이면 수영과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며 밤이면 클럽에서 연애 상대를 물색한다.

지난 2004년 부커상을 수상한 ‘아름다운 선’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작가 앨런 홀링허스트의 소설 ‘수영장 도서관’이 출간됐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적나라한 성애와 생활을 문학계 안팎으로 끌어오며 관심을 낳았다.

소설은 최상류층으로 아무 거리낌없이 분방한 생활을 즐기는 젊은 귀족 윌리엄 벡위스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윌리엄 벡위스는 지난 시대 자기 사회의 민낯을 발견해가며 탄탄하게 여겨온 자신의 발밑을 허무는 과정을 경험한다.

마치 추리극 같은 놀라운 전개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고 결렬한 로멘스와 쓰라린 상실이 더해진다. 예리한 시각과 섬세한 문장, 비틀린 유머 등이 결합돼 있어 청춘의 빛과 그늘을 그려내는 데 더없이 좋은 장치로 작용한다. 제국주의를 지나 신자유주의에 이르는 영국이 국내외적으로 저질렀던 야만의 폭거, 특권적 지위와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 주인공이 접하는 현실세계는 소설의 역동적인 배경이 된다.

소설은 단순히 성소수자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소수자에 대해 우리 사회가 보이는 모습을 돌아보게 함으로써 사회와 인간 본래의 복잡성을 마주하게 한다. 겹겹의 시선을 통해 바라보는 사회의 민낯과 일그러진 면모들은 오늘날의 혐오와 차별의 뿌리 등을 생각하게 한다.

<창비·1만6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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