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적 상상력…틀에 얽매이지 않는 ‘언어의 만다라’
2021년 05월 27일(목) 00:30 가가
석연경 시인 ‘푸른 벽을 세우다’
송수권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한 석연경 시인이 세 번째 시집 ‘푸른 벽을 세우다’(시와세계)를 펴냈다.
시집은 이미지들의 다양성, 불교적 상상력 등 형식과 구조의 자유로움뿐 아니라 사유에 있어서도 활달함을 보여준다. ‘씨앗의 배후’, ‘몽상의 어깨 위에서’, ‘나무의 주저흔’, ‘훈자의 길 위에서’, ‘허공, 황금 작약에게’ 등 다수의 작품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작법을 시도한다.
이하석 시인이 “화엄의 우주 속에서 싹 트는 씨앗의 미학”이라고 표현한 것처럼 창작집은 ‘언어의 만다라’다운 면모를 보인다.
“흰 코끼리가 숲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을 지나온 빗줄기가 숲에 드니 상아가 긴 황금 작약이 나옵니다 바람이 붑니다 황금 작약의 시간에 누가 성벽을 쌓나요(중략) 황금 작약이 흔들리며 가득 피다가 입을 오므리는 동안 허공은 허공인 채 있습니다”(‘허공, 황금 작약에게’ 중에서)
‘허공, 황금 작약에게’는 시인의 작품 세계를 가장 밀도있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흰 코끼리’와 ‘작약’은 불교적 사유의 단면을 보여주는 시어다. 마야 부인이 석가모니를 잉태할 때 꾸었던 꿈이 흰 코끼리이었으며 작약은 불교의식에서 많이 등장하는 꽃이다. 또한 ‘허공’과 ‘절벽’은 깨달음의 경지와도 연관이 있다. 이처럼 시인의 시적 상상은 막힘이 없으며, 사유의 전개 또한 역동적이다. 깊이 속에 내재된 자유로움이 시를 읽는 이에게 새로운 인식의 세계를 선사한다.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는 “석연경의 상상력은 장쾌하다. 그것은 히말라야의 설봉을 오르는 바람처럼 거침없고, 까마득한 공중에서 순식간에 지상으로 낙하하는 독수리처럼 망설임이 없다”고 평한다.
한편 석연경 시인은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시집은 이미지들의 다양성, 불교적 상상력 등 형식과 구조의 자유로움뿐 아니라 사유에 있어서도 활달함을 보여준다. ‘씨앗의 배후’, ‘몽상의 어깨 위에서’, ‘나무의 주저흔’, ‘훈자의 길 위에서’, ‘허공, 황금 작약에게’ 등 다수의 작품은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작법을 시도한다.
“흰 코끼리가 숲으로 사라집니다 당신을 지나온 빗줄기가 숲에 드니 상아가 긴 황금 작약이 나옵니다 바람이 붑니다 황금 작약의 시간에 누가 성벽을 쌓나요(중략) 황금 작약이 흔들리며 가득 피다가 입을 오므리는 동안 허공은 허공인 채 있습니다”(‘허공, 황금 작약에게’ 중에서)
한편 석연경 시인은 대학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연경인문문화예술연구소에서 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지금까지 시집 ‘독수리의 날들’, ‘섬광, 쇄빙선’을 펴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