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운전자가 자신의 화물차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80대 노인을 들이받았다. 노인은 해당 사고로 다음날 숨졌다. 30대 운전자는 새벽,보행자 신호를 위반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던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항변했다.

운전자에게 죄를 물어야 할까.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3부(부장판사 김태호)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30)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2월 25일 새벽, 목포시 산정동 3차로 도로를 지나다 보행자 신호를 위반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던 B(85)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A씨가 일출 전 어두운 도로를 보행자 신호를 위반해 무단횡단하는 피해자를 예견, 대비할 주의의무까지 있다고 할 수 없다”면서 검사의 항소를 “이유없다”고 기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 발생 10초 전 우회전해 해당 도로에 진입했고 제한속도(60㎞)에 못 미치는 속도(37.4~39.7㎞)로 운전한 점, 당시 횡단보도는 사고 발생 1분 전부터 보행자신호가 아닌, 차량진행신호가 켜져 있었던 점, 사고 발생 시각은 해뜨기 전으로 상당히 어두웠던 점 등을 들어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판부는 사고 발생 1분 전까지 버스 등 차량이 지나다녔던 점과 피해자가 보행자 신호를 위반해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주변을 살펴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도 반영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