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연습-조정래]사회주의 몰락 앞 고뇌하는 장기수의 삶
2021년 05월 14일(금) 20:00
우리 현대사 100년을 선 굵은 작품으로 그려온 조정래 작가. 그는 대하소설 3부작 ‘태백산맥’의 ‘아리랑’, ‘한강’을 통해 분단의 비극과 상처를 작가 특유의 역동성 있는 서사와 문체로 파헤쳐왔다.

이번에 펴낸 장편 ‘인간연습’은 15년 만에 개정 출간된 작품으로 일생을 걸고 추구했던 사회주의 몰락 앞에 고뇌하는 한 장기수의 삶을 그렸다. 지난 2006년 ‘실천문학’ 봄·여름 호에 분재됐던 작품으로 ‘사회주의 붕괴와 20세기’라는 주제를 다뤘다.

무기형을 선고받았던 남파 간첩 윤혁과 장기수 박동건이 강제 전향을 하고 풀려나지만 이후 ‘전향자’라는 심적인 고통에 시달린다. 남한과 북한 어느 쪽에도 소속되지 못했다는 자괴감이 그의 내면을 짓누른다.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인민을 위한 세상’을 꿈꾸었지만 빈곤과 부패로 점철된 ‘사상의 조국’ 소련과 북한의 실상을 접하며 삶 전체가 부정당하는 충격에 사로잡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박동건마저 죽고 이제는 윤혁이 홀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윤혁은 점차 과거를 딛고 새 삶에 대한 희원을 모색한다. 현실인식을 토대로 젊은 시민운동가 강민규와 교류하며 세상에 대한 균형감각을 회복한다. 무엇보다 ‘두 송이 꽃’과 같은 어린 남매를 돌보며 생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된다. 이처럼 소설에는 인간을 향한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기까지 ‘인간 연습’은 계속된다는 작가의 열망이 드리워져 있다.

황광수 문학평론가는 “분단시대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해온 한 개인의 시각을 통해 사회주의 몰락 이후의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평했다. <해냄·1만6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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