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최진석 지음] 이제 추격국가서 선도국가로 건너가자
2021년 05월 14일(금) 14:00

서강대 명예교수인 최진석 새 말 새 몸짓 이사장은 “시선의 높이를 끌어올릴수록 전체를 넓게 보는 능력도 올라간다”고 말한다. 고향 함평에 건립한 인문학 공간 ‘호점몽가’에서 포즈를 취한 최 교수. <광주일보 자료 사진>

철학자 최진석(서강대 명예교수)은 여전히 이념 논쟁 중인 우리나라 좌파나 우파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국민은 두 세력의 매력 없는 충돌에 운명을 맡겨뒀다는 것이다. ‘종북 좌빨’이니 ‘토착 왜구’ 등과 같은 비방은 케케묵은 프레임을 씌워 상대에게 오명을 입히려는 수작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논쟁이 선악과 진위를 따지며 맴도는 것에서 한 치도 나아갈 수 없다.

최 교수가 펴낸 ‘최진석의 대한민국 읽기’는 철학자 시선으로 읽어낸 대한민국 모습이다. ‘읽기’라는 표현에서 보듯, 우리의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한 이면들이 펼쳐진다.

저자의 지적대로 대한민국 현실은 선진국으로 향해 가는 진입로에서 함정에 빠진 형국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의 사고방식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추격 국가에서 선두 국가로 도약하고, 일등을 추구하던 습관을 일류를 추구하는 습관으로 높여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한 생각의 결과로 살던 삶에서 스스로 생각하여 사는 삶으로 건너가야 합니다. 시선을 높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자기가 가진 시선의 높이 이상을 하려고 덤비는 것은 세상사 이치에 대해 아는 바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느라 분주한데 대한민국은 각종 규제에 시달리며 선도적인 위치를 놓치고 있다. 서로를 헐뜯는 진보와 보수는 과거에 갇힌 사유와 종속적인 사고방식에 젖어 도약을 가로막고 있다. 이처럼 사회가 극단적으로 분열하는 사이 “기품이니 존엄이니 하는 인간 기본기도 다 사라진 듯” 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위기를 생산적으로 벗어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고 보는 이유다. 선진국, 일류국가, 선도국가, 창의성 같은 말들을 하고 열정을 쏟는 것은 그러한 맥락에서다. 우리나라는 지난 76년 동안 건국, 산업화,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제를 완수하고 이제는 새로운 길에 나서야 할 지점에 서있다.

도약해야 할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현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하강하게 되는 것이 세상사 이치다. 한 단계 더 높은 신화를 쓰기 위해 ‘각성’과 아울러 ‘종속성’을 탈피해야 미래가 열린다.

아울러 최 교수는 정치적인 일과 철학을 전혀 다른 별개로 보지 않는다. 철인정치를 주장한 플라톤 외에도 공자와 노자도 궁극적으로 국가 통치를 염두에 둔 정치 철학자였다는 논리다. 즉 지적으로 높은 차원에서 세상을 보고 문제해결을 논하면 철학이고, 구체적 차원에서 방식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정치가 된다는 견해다.

그에 따르면 철학의 인도를 받지 못하는 정치는 기능에 빠진 ‘정치 공작’에 불과할 뿐이다. 이는 정치권력을 잡고 그것을 지키는 방법에만 관심을 두며 삶의 문제를 해결해 사회를 진보시키는 데는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가 ‘정치 공작’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지적 확장이나 포용, 통합, 진보”와 같은 가치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인다. “지적 사유보다는 감정적 믿음”에 치우친 양상은 그런 연유와 무관치 않다.

결국 이러한 문제 해결은 시선의 높이를 끌어올리는 데서 출발한다. 저자는 “시선의 높이 이상은 할 수 없다”며 “우리의 ‘건너가기’는 사실 도약이나 승승처럼 높아지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북루덴스·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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