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김금희] 한 세대의 열정·사랑·좌절과 성장 이야기
2021년 05월 14일(금) 10:00 가가
단편소설 7편 모음집
‘너무 한낮의 연애’ 등으로 알려진 소설가 김금희의 이름을 더 기억하게 된 건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2018)을 통해서다. 인터넷 연애 상담 사이트에 글을 보내는 경애와 상담에 대한 솔루션을 보내주는 운영자 ‘언니’(실제는 남자인 ‘상수’). 서로의 존재를 모르고 같은 회사에서 팀장과 팀원으로 일하게 된 두 사람은 고교시절 겪은 호프집 화재 사건으로 친한 친구를 잃은, ‘또 다른’ 공통된 기억을 갖고 있다. 이를 모른 채 , 힘든 삶 속에서도 서로를 조심스레 의지하며 삶을 이어나가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후 김금희는 짧은 소설집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 등 부지런히 작업물을 내놓았고 김승옥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는 등 풍성한 성과를 거뒀다.
김금희의 새로운 소설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가 나왔다.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발표된 7작품으로 각종 문학상 수상작·후보작들이 포함돼 있다. 김금희의 소설은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상실의 순간, 좌절의 경험을 불러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과거의 사연을 들려주는 주인공들의 ‘지금’은 그 좌절을 딛고 조금은 성장하고 편안한 모습이어서 왠지 안도감이 느껴진다.
2020 김승옥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표제작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는 심사위원 김화영이 “한 세대의 열정, 사랑, 좌절, 그리고 그 좌절을 통한 성장을 증언하고 확인하는 아름다운 소설 그 자체”라고 평한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가 다큐멘터리 PD로부터 어느 순간 세상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기오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묻는 메일을 받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20대 시절, 기오성과 함께 노교수의 종택에서 족보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그와 차츰 가까워지지만 노 교수의 손녀 ‘강선’이 끼어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긋나고 만다.
2019 김승옥문학상 우수상과 2020 이효석 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받은 ‘마지막 이기성’은 한국인 유학생 차별 사건의 피해자인 일본 유학생 ‘이기성’과 그 자리에 있었던 재일 한국인 ‘유키코’의 연애와 투쟁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또 ‘기괴의 탄생’은 학생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까지 한 은사 등 사랑 앞에서 벌어진 어떤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밖에 대학진학에 실패한 삼수생과 의대에 입학했지만 적응하는 데 실패한 이가 함께 보낸 여름날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SNS에서 ‘맛집 알파고’로 유명한 옛 연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떠난, 한바탕 소동같은 하루를 담은 ‘크리스마스에는’, 제주도 레지던스 공간에 이주한 작가들이 고장 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깊이와 기울기’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창비·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소설은 주인공 ‘나’가 다큐멘터리 PD로부터 어느 순간 세상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기오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지 묻는 메일을 받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20대 시절, 기오성과 함께 노교수의 종택에서 족보 정리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그와 차츰 가까워지지만 노 교수의 손녀 ‘강선’이 끼어들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어긋나고 만다.
2019 김승옥문학상 우수상과 2020 이효석 문학상 우수작품상을 받은 ‘마지막 이기성’은 한국인 유학생 차별 사건의 피해자인 일본 유학생 ‘이기성’과 그 자리에 있었던 재일 한국인 ‘유키코’의 연애와 투쟁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다. 또 ‘기괴의 탄생’은 학생과 불륜을 저지르고 이혼까지 한 은사 등 사랑 앞에서 벌어진 어떤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밖에 대학진학에 실패한 삼수생과 의대에 입학했지만 적응하는 데 실패한 이가 함께 보낸 여름날의 풍경을 생생하게 묘사한 ‘우리가 가능했던 여름’, SNS에서 ‘맛집 알파고’로 유명한 옛 연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떠난, 한바탕 소동같은 하루를 담은 ‘크리스마스에는’, 제주도 레지던스 공간에 이주한 작가들이 고장 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깊이와 기울기’ 등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창비·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