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알고 땅을 알면 이기지 못할 싸움이 없다”
2021년 05월 09일(일) 12:00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이순신이 지킨 바다' 이봉수 지음
임진왜란 중 가장 극적인 전투는 명량해전이다. 13척의 배로 133척 왜선을 물리친 대승이었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하늘이 내린 행운’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10배가 넘는 대규모 왜군을 진압한 것은 뛰어난 지략, 전술, 하늘의 도움 등이 맞물린 결과였다.

이순신에게는 다음과 같은 지론이 있었다. “하늘을 알고 땅을 알면 이기지 못할 싸움이 없다.” 천문에 대한 지식, 지리를 활용한 전략과 전술을 세웠다는 의미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거기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사)서울여해재단 이순신학교 교장 이봉수는 20년 넘게 이순신 전략을 연구해온 전문가다. 해전 현장을 답사하며 전적지 지리와 연계해 이순신 전략을 파헤쳐왔다. “이순신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가 전투를 치렀던 장소를 직접 가봐야 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이순신이 싸운 바다’, ‘한려수도’, ‘섬에 있는 암자를 찾아서’ 등과 같은 책을 통해 이순신의 정신과 리더십을 연구하고 선양하는 일을 펼쳐왔다.

<이번에 이 교장이 펴낸 ‘이순신이 지킨 바다’는 승전 현장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장 지리를 토대로 모든 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의 전략과 승리의 비결을 분석했다. 이를 위해 저자는 첫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에서 마지막 숨을 거둔 노량해전까지 300여 차례 넘는 답사를 했다. 진영을 꾸렸던 장소, 해전지, 정박지까지 둘러보며 이순신의 흔적을 확인했다.

조선의 판옥선은 평지선으로, 내부에 함포를 장착할 수 있고 180도 회전이 가능하여 당파전술에 우리한 구조였다.
저자는 답사를 진행하며 ‘난중일기’, ‘임진장초’ 등에 등장하는 지명을 김정호의 동여도를 비롯한 고지도로 찾아내고 이를 현대지도에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으면 향토사학자들, 지역주민들을 인터뷰해 찾아냈다.

이순신의 전략은 최적의 장소에 최고의 진영을 세웠다는 점에서 빛난다. 조선수군의 기틀을 다진 여수 전라좌수영은 천혜의 요충지다. 저자는 “왼쪽으로 나가는 수로와 오른쪽으로 돌산대교 아래 장군도 사이로 진출하는 수로를 끼고 있는 좌수영 터는 완벽한 요새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곳에서 이순신은 거북선 시험 운항에 성공했으며 지자총통과 현자총통을 시험 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한산대첩으로 왜군 기세를 꺾은 이순신은 이듬해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된다. 삼도수군통제영 시설을 창건하고 군비 증강에 총력을 기울인다. 한산도는 임란이 일어나기 전에는 목장으로 사용되던 섬으로 입구가 좁고 안쪽이 넓어 지세가 수군기지로 최적이었다. 이순신은 143척 불과했던 전선을 250척으로 늘리고 군량미 확보와 군수품 비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앞서 언급한 대로 가장 드라마틱한 전투는 명량해전이었다. 이순신은 1597년 10월 영산강 하구에 있는 고하도에 정착했다. 당시 보화도라고 불린 이곳에서 108일 동안 머물며 진영을 꾸리고 전열을 가다듬었다. “북쪽 봉우리에서 목재를 베어다가 진영과 군량창고를 지었고, 인근의 군수와 현감으로부터 기부를 받고 해로통행첩을 발급하여 백성들에게서 486석이나 되는 군량미를 조달했다.”

고금도는 최후의 일전을 준비했던 섬이다. 명량해전으로 재해권을 되찾고 고금도로 옮겨오자 난민과 장병들이 돌아왔다. 이순신을 따라 모여든 피난민들이 둔전을 경작했던 이곳에는 지금도 다른 섬에 비해 농지가 많은 편이다.

이순신의 연전연승의 비결에는 정보망이 자리했다. 적의 이동, 동태를 살피기 위해 높은 산에 망군을 파견해 운용했다. 고성군과 통영시 경계에 있는 벽방산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정보채널을 가동했는데 한산대첩 대승의 요인 가운데 하나가 민간인 첩보였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적은 병력으로 적을 섬멸한 또다른 비결은 ‘량’ 혹은 ‘목’을 지키는 것이었다. 임란 당시 좁은 길목을 굳건히 지켜 왜군의 진출을 막았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밖에 조류와 파도의 흐름을 면밀히 살펴 전투에 활용한 전략도 중요했다. 천문과 지리에 능통했던 이순신의 진면목과 연관되는 부분이다.

<시루·1만6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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