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삼환 지음
2021년 05월 08일(토) 10:00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장 큰 고통이라면 아마도 이별이 아닐까 싶다. 배우자와의 사별, 지인과의 이별 그리고 상실은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끝없는 ‘이별 연습’ 속에서 자신만의 생을 살아가는 것인지 모른다.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고 슬픔을 이겨낸 이가 있다. 강진 출신 시조시인 김삼환. 그는 30년간 함께 살았던 아내를 떠나보낸 아픔을 견뎌냈다. 이후 펴낸 ‘사랑은 내가 주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는 눈물을 이겨낸 기록이다.

생전의 아내는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를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저자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코이카 국제봉사단에 지원해 카라칼파크국립대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은행에서 오래 근무했으며 한국시조 신인상으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한 그는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써왔다.

이번 책에는 아내와 사별 후 사무치는 아픔을 잊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낯선 이국에서 적응하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한국에서 누렸던 편리함을 내려놓고 타국에서 삶을 펼쳐나간다. 우즈벡에서는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고 불평하는 데 시간과 감정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막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 마른 먼지를 피하는 방법도 익혀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말에 생기가 돌고 행동에 에너지가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이처럼 저자는 출구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던 터널에서 빠져나오며 마침내 빛의 세상으로 나온다. 삶은 무엇이 되기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를 숙고하는 과정이라는 소박한 깨달음을 갖고서.

<마음서재·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