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김훈 지음
2021년 05월 02일(일) 10:00 가가
“인간과 세상의 직접적 관계, 그러니까 ‘생애 대한 직접성’을 설명하고 싶었다. 관능과 직관과 몸의 율동을 보여주면서 삶의 비애나 고통을 바로 들여다보는 존재를 상정하다 보니 개가 인간보다 유리할 거라고 판단했다. 개의 후각은 인간의 200배나 되고, 청각도 더 발달했다. 그처럼 감각이 발달한 개의 내면에는 인간보다 풍요로운 삶의 정서와 인상이 축적되어 있을 것이다.”
지난 2005년 작가 김훈은 소설 ‘개’을 펴내면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렇게 말했다. 그가 개를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다. 그렇다면 16년이 흐른 지금 ‘개’에 대한 단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김훈이 ‘개’를 고쳐 출간한 작품은 이야기 뼈대는 유지하면서 내용은 상당 부분 손을 보았다.
소설의 주인공은 진돗개 ‘보리’다. 댐 건설로 수몰을 앞두고 주민들이 떠나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보리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노부부가 사는 집에서 태어난 수컷 보리는 젖먹이 시절 엄마 품에서 따스하고 편안한 날을 보낸다. 하지만 “완벽한 평화 속에는 본래 슬픔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보리에게는 태어날 때 다쳐 젖 먹기 경쟁에서 뒤처진 맏형의 죽음이 겹쳐진다. 본능에 가까운 엄마의 행동으로 맏형은 죽지만 보리의 눈에 그것은 한편으로 엄마의 따스하고 축축한 몸속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
그런 엄마의 행동을 오해한 노부부는 자식 잡아먹은 재수 없는 개라고 매타작을 해댔다. 그럼에도 노부부는 새끼 낳은 엄마에게 미역국을, 보리밥 잘 먹는 새끼들에게는 따뜻한 보리밥까지 말아 먹인다. 책 표지에 실린 ‘인간의 아픔과 기쁨과 그리움을 함께하는 세상의 모든 ‘보리’에게’라는 글귀가 잔잔한 울림을 준다. <푸른숲·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소설의 주인공은 진돗개 ‘보리’다. 댐 건설로 수몰을 앞두고 주민들이 떠나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보리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노부부가 사는 집에서 태어난 수컷 보리는 젖먹이 시절 엄마 품에서 따스하고 편안한 날을 보낸다. 하지만 “완벽한 평화 속에는 본래 슬픔이 섞여” 있기 마련이다. 보리에게는 태어날 때 다쳐 젖 먹기 경쟁에서 뒤처진 맏형의 죽음이 겹쳐진다. 본능에 가까운 엄마의 행동으로 맏형은 죽지만 보리의 눈에 그것은 한편으로 엄마의 따스하고 축축한 몸속 “제자리로 돌아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