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양대학교 ‘제1호 학생창업 스타트업’, 피셔원 최기준(44) 대표에겐 꿈이 있다. 전남을 하나로 묶는 온라인 유통망을 갖추고, 나아가 전국 어가를 아우르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

피셔원은 지난 3월까지 진행된 ‘2020 예비창업자패키지 사업’(비대면 분야·전남창조경제 혁신센터 주관) 결과 ‘최우수’ 평가를 받으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최 대표는 “송가인도 전라도에서 1등 찍고 서울로 올라갔다. 저 또한 ‘수산물의 보고’ 전남을 바탕으로 전국으로,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피셔원은 전남에서 생산된 신선한 수산물을 어가로부터 직접 납품, 전국으로 유통하는 ‘온라인 수산시장’이다. 창업 전 6개월동안 찾아간 전남 어가들로부터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고 싶다는 요구를 많이 들었던 것에서 착안했다.

그는 “대부분 나이가 있는 분들이라 온라인 진출은 시도조차 못 하고 계셨다. 이들이 온라인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낮춰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어가로부터 수산물을 직접 납품받아 싼 가격에 판매하고자 한다. 기존 유통 단계보다 납품 단가는 낮추되, 수수료를 적게 받아 어가와 소비자가 모두 이득을 보도록 하겠다는 것. 온라인에 최적화된 상품 디자인도 제공할 계획이다.

입점 어가를 고르는 데는 나름의 기준이 있는데, 아직까지 온라인 진출을 전혀 못한 이들이 우선이다. 최 대표는 한때 수년간 방송 기자를 했던 경력을 살려 홈페이지에 각 어가 대표들의 스토리가 담긴 인터뷰도 게재했다.

최 대표의 소식은 목포해양대로서도 반갑다. 목포해양대 졸업생들은 대부분 해기사(항해사·기관사) 면허를 취득하고 해운업, 즉 ‘배 타는’ 일에 종사하며 상대적으로 취·창업에 대한 관심이 적다고 알려졌다.

목포해양대를 졸업하고 현재 동 대학 대학원에서 국제물류학(경영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최 대표는 “해양대생도 해운업뿐 아니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저도 상선을 탄 적이 있었죠. 정작 뱃일을 그만두고 보니, 세상물정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가 돼 있었습니다. 후배들은 저보다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취·창업 시도가 쌓일수록 후배들도 더욱 다양한 진로를 꿈꾸게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학부생이 창업을 돕겠다고 찾아오기도 했다. 피셔원 선임연구원 장경민씨는 현재 목포해양대 해상운송학부 2학년으로, 지난달 해운이 아닌 유통 분야에서 꿈을 이뤄보고 싶다며 입사 의사를 밝혔다.

최 대표는 추후 ‘라이브 커머스’, 수산물 크라우드펀딩 등을 도입해 단계적으로 사업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국내에 들어온 외국 상선에 선식으로 국산 수산물을 납품하는 새 판로도 개척했다.

목포해양대 인프라를 활용한 다양한 해양 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보트 쉐어링, 중고 선박 매매, 레저·통신·안전교육 등 해양 지식 비대면 교육 등 해양대 졸업생이 할 수 있는 진로를 개척할 계획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