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도 좌절하지 않고 꼭 가겠다는 희망으로 1년을 버텼다. 반드시 브로드피크 정상에 오르겠다.”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56) 대장이 다시 한번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에 브로드피크(Broad peak·8047ｍ) 정상에 오르면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신기원을 달성한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여정이니 15년만에 마침표를 찍는 셈이다.

지난 해 원정에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원정을 연기해야 했기에 등정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깊다.

지난 11일 영암 월출산 중턱의 시루봉에서 암벽 훈련을 하고 있는 김 대장과 원정 대원들을 만났다.

이들은 매월 한차례씩 만나 전국의 유명 산악 훈련지 등에서 체력훈련과 기술 훈련을 병행하며 원정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6월 10일 출발을 예정하고 있는 ‘2021 브로드피크(8047m)원정대’는 김 대장을 비롯해 류재강(등반대장), 정우연(장비·식량), 정득채(수송) 대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원정대의 활동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 위한 방송사 프로듀서와 촬영감독도 동참한다.

김 대장의 등정의지는 결연하다.

“1년 동안 더 철저히 준비 했어요. 동계철에는 강원도 등지에서 스키타고, 하계에는 자전거로 기초 체력을 길렀습니다. 특히, 이번 여름에 배드민턴을 배웠는데 손가락 없는 사람이 하는 배드민턴을 본 적 없죠. 보시면 깜짝 놀랄 겁니다.”

꾸준한 훈련 덕분에 체중도 5㎏ 정도 줄어 암벽을 오르는 그의 몸놀림이 가볍다.

시루봉 정상에 오른 2021 브로드피크원정대.

김홍빈 대장의 도전은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 등정 도중 손가락을 잃은 후부터 시작됐다.

이후 김 대장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7대륙 최고봉 완등에 성공했고 2006년부터 히말라야 8000ｍ 급 고봉들을 차례로 올라섰다.

그동안 모든 원정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여파로 더 힘든 원정이 될 것이라 김 대장은 예상하고 있다.

“파키스탄 수도인 이슬라마바드로 들어가는 항공편은 직항이 없고 경유해야 갈 수 있습니다. 중국이나 태국을 경유해서 24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다 막혀버렸지요. 그나마 아랍에미레이트를 거쳐서 들어가는 방법이 있는데 이동 시간만 48시간이 소요됩니다. 그에 따른 항공비 및 물류비용이 2배 이상 늘어 경제·육체적으로 어려움이 따릅니다.”

파키스탄 내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대해서도 그는 “약 2주간에 걸쳐 이동하는 베이스캠프에도 셰르파 등의 현지인들과도 최대한 접촉을 멀리하며 움직일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홍빈 대장은 이어 “지금까지의 내 도전들이 손가락을 잃기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면 무의미했을 것이다. 장애를 갖고부터 비장애 산악인들과 같은 방식으로 올라 지금까지 왔다. 반드시 브로드피크 정상에 서서 코로나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들을 응원하고 희망을 전하겠다”며 등정의 각오를 밝혔다.

/글·사진=김진수 기자 jea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