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의 사업주〈광주일보 3월 10·15일 6면〉는 결국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망 노동자의 유가족들이 지난달 재판장을 향해 “사업주는 합의 과정에서 우리들에게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던 말대로였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해당 사업주와 법인에 대해 검찰 구형량 보다 많은 형량을 선고하긴 했지만 최근 산업재해에 대한 국민 법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노동계 안팎에서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9단독 김두희 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4)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가 대표인 건설업체에 대해서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해당 법인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었다. 통상의 형사재판에서는 검찰 구형량보다 선고 형량이 낮게 나온다는 점에서 법조계에서는 엄중한 시각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례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노동계는 그러나 “과연 이 정도 처벌과 벌금액으로 향후 산업현장에서 안전사고 억제력이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A씨는 지난해 8월 18일 광주시 광산구 철거공사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노동자가 7m 높이에서 추락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망 노동자 유가족들은 지난달 검찰 구형 과정에서 “한 개의 안전 장비도 없이 7m 높이에서 작업하다 숨진 목숨값으로 징역 6개월과 벌금 500만원이라는 것을 납득할 수 있겠냐”며 불만족스러움을 표출했었다. 재판부도 “사회적 분위기도 산업현장 내 사망사고를 좋지 않게 보고 있다,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는 “A씨와 업체 측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고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면서 “피해자가 사고 당일 처음 작업을 했던 사람으로 피해자가 안전고리를 고정하지 않고 작업하는 등 피해자 과실도 존재한다”며 양형 배경을 설명했다.

권오산 광주·전남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산업재해의 책임을 지는 고용주 등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며 형집행이 미뤄지기만 할 뿐 실형을 받지 않는다면 산재 예방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면서 “이번 주 예정된 폐목재 가공업체 산재 사고 판결도 주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