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노린 젊은 직장인들의 롤러코스터 가상화폐 투자 이야기
2021년 04월 18일(일) 11:00 가가
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장류진 지음
“월급을 돈 대신 카드 포인트로 받는다고? 이런 일이 가능해?”
소설을 읽기 전 이미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을 작가 인터뷰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느꼈던 그 황당함은 쉽게 잊히질 않는다. 장류진이 2019년 발표한 단편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속 주인공 안나에게는 이 황당한 상황이 ‘현실’이다. 안나는 사직서를 쓰는 대신 ‘거북이알’이라는 아이디로 판교 IT 기업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우동마켓’을 이용해 포인트를 ‘현금화’ 시켜나간다.
당시 연재중이던 창비 사이트를 마비시키며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 환장문학, 판교 리얼리즘, 극사실주의 스타트업 호러 등으로 불리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은영·김혜진·정세랑 등 최근 몇년 사이 작품을 찾아 읽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설가들의 등장이 반가운데, 그 중에서도 지난 2019년 발간된 장류진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 실린 8편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즐거움과 유쾌함, 그 안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의 여운은 꽤 오래 갔다. ‘잘 살겠습니다’에 등장하는 눈치없는 직장동료 ‘빛나언니’나, 애써 장만한 집을 잘 관리하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쓰지만 그 미묘한 역학관계에 허둥대는‘도움의 손길’ 속 ‘나’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첫 소설집으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킨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가 나왔다. ‘직장인 공감백배 하이퍼리얼리즘 소설’이라는 홍보문구처럼, 소설은 2021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읽으며 무릎을 칠 만한 대목들이 등장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회사는 아이스크림 ‘초코밤’으로 유명한 마론제과. 주인공은 브랜드실 스낵팀에 근무하는 근무연수 3년 11개월의 화자 ‘다해’, 회계팀의 ‘지송’, 구매팀의 ‘은상언니’다. 정식 공채가 아닌 세 사람은 ‘비공채 출신 3인’이라는 의미에 인사 평가 때마다 ‘무난’ 등급을 받는다는 의미를 더해 ‘B03 무난이들’이라는 이름의 카톡방을 열고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며 ‘친구’가 돼 우정을 쌓아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감정 변화가 별로 없던 은상언니가 ‘뭔가 달라 보이고, 기분이 심하게 좋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그녀에게서 가상화페의 일종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 돈을 벌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은상은 두 사람에게 이더리움 투자를 권하고, 이사 준비를 하며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다해는 적금을 깨고 가상화페를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지송 역시 다해의 가상 지갑 속 숫자가 1억원을 찍자 투자에 합류하고 이후 세사람의 롤러코스터 같은 투자와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날 것 그대로의 사회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해 내는 그의 이야기의 빠져들다보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창비·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소설을 읽기 전 이미 이 이야기가 ‘실화’라는 사실을 작가 인터뷰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작품을 읽어나가면서 느꼈던 그 황당함은 쉽게 잊히질 않는다. 장류진이 2019년 발표한 단편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속 주인공 안나에게는 이 황당한 상황이 ‘현실’이다. 안나는 사직서를 쓰는 대신 ‘거북이알’이라는 아이디로 판교 IT 기업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우동마켓’을 이용해 포인트를 ‘현금화’ 시켜나간다.
최은영·김혜진·정세랑 등 최근 몇년 사이 작품을 찾아 읽게 만드는 흥미로운 소설가들의 등장이 반가운데, 그 중에서도 지난 2019년 발간된 장류진의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에 실린 8편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즐거움과 유쾌함, 그 안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의 여운은 꽤 오래 갔다. ‘잘 살겠습니다’에 등장하는 눈치없는 직장동료 ‘빛나언니’나, 애써 장만한 집을 잘 관리하기 위해 가사도우미를 쓰지만 그 미묘한 역학관계에 허둥대는‘도움의 손길’ 속 ‘나’를 통해 현재,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감정 변화가 별로 없던 은상언니가 ‘뭔가 달라 보이고, 기분이 심하게 좋아 보인다’는 생각을 하고, 그녀에게서 가상화페의 일종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 돈을 벌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은상은 두 사람에게 이더리움 투자를 권하고, 이사 준비를 하며 좋은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다해는 적금을 깨고 가상화페를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망설이던 지송 역시 다해의 가상 지갑 속 숫자가 1억원을 찍자 투자에 합류하고 이후 세사람의 롤러코스터 같은 투자와 삶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날 것 그대로의 사회를 유머러스하게 포착해 내는 그의 이야기의 빠져들다보면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진다.<창비·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