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시대 스마트한 생존 지침서
2021년 04월 17일(토) 21:00
4차 혁명 표류기
민연기 지음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갈지 관심사로 대두된다. <성신미디어 제공>

통계학자 탈리시아 윌리엄스는 두 번째 출산이 예정일보다 늦었다. 의사는 예정일보다 늦은 출산은 유산 확률이 두 배나 높다며 유도분만을 권했다. 평생 통계학자로 살아온 탈리시아는 질문을 바꿔 일반적인 출산에서 유산될 확률을 물었다. 의사는 천 명 중 한명, 다시 말해 0.1%라고 답했다. 탈리시아는 자신의 경우가 0.2%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인 출산 예정일은 생리주기인 28일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탈리시아의 주기는 일정하지 않아 지난 6년간 아침마다 첫 체온을 측정해왔다. 오랫동안 수집해온 데이터는 명확한 생리주기 변화를 보여주었으며, 탈리시아는 정확한 출산 예정일을 의사보다 잘 알았다.

이처럼 통계학자인 여성은 자신의 데이터를 수집해 출산에 적용했다. 통계학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다. 통계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컴퓨터 또한 아무리 샘플링이 커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빨라졌다. 아무리 데이터가 많아도 분석이 가능하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빅(big)을 붙여 빅데이터(big data)라고 한다.

앞의 예는 GE 가전에서 주방가전 개발 등을 담당했던 민연기의 책 ‘스마트한 시대를 생존하다: 4차혁명 표류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 스마트폰과 사물인터넷과의 관계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나누는 공유경제, 세상을 수집하는 사물인터넷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미래의 과학자와 공학자가 꼭 알아야 할 3D 프린터’를 펴내기도 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 디지털이라는 망망대해를 스마트하게 읽는 방법을 알려준다.

책에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등장한 기술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스마트폰, 공유경제, 3D 프린터와 스타트업, 드론, 사물인테넷,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 VR과 AR, 생명공학은 우리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 이러한 모든 변화와 기술의 바탕에는 스마트폰이 자리한다. 고전적인 의미의 플랫폼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이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상품 개발, 판매가 동시에 일어나는 인프라를 의미한다. 앱이 판매되는 앱스토어를 통해 애플은 수익의 30%를, 개발자는 70%를 가져간다. 모두가 반할 앱을 개발하면 재벌이 될 수 있다. 물론 노력의 30%는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을 가진 애플에게로 간다.

소프트 웨어 개발자들이 날밤을 세워 탄생시킨 앱은 모든 전자제품을 흡수한다. “MP3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휴대용 게임기, 카메라 심지어 호모 사피엔스가 너무나 사랑했던 텔레비전까지! 어떤 이는 스마트폰의 매끈한 터치스크린에 값비싼 접시 이미지를 띄워 놓고 그릇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공유, 렌탈, 구독의 중심에도 스마트폰이 자리한다. 물론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부터 제레미 리프킨은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이성적인 소비는 상품의 소유가 아닌 경험의 소유로, 랜탈이 미래의 소비 형태를 바꿀 것이라 예측한 바 있다.

스마트폰은 물건과 경험을 빌리는 연결을 매개한다. 구독경제는 과거의 신문과 우유의 배달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도 구독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다양하다. 한 예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실 수도, 한두 달 꽃을 배달받을 수 있다. 맥주와 안주 배달 뿐 아니라 깨끗이 다림질한 셔츠도 배달이 가능하다.

미래는 과거의 반복이다. 어제 일어났던 기술은 곧 미래의 세상을 가늠하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것에 우리 인류가 어떻게 대처했고 또 내일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어렴풋이나마 예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정말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닙니다.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그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바꿔 주었는지가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성신미디어·1만5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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