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박종석 화백은 오지탐험가이자 산악인이기도하다. 히말라야 고봉에서 마음에 품었던 숱한 풍경들은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고, 전시회와 화집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다.

그가 네팔, 티베트,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등 전 세계 이곳 저곳으로 배낭여행을 떠날 때면 두 딸 소영(38)·남연(36)씨도 동행하고는 했다. 힘든 상황에도 잘 적응하면서 여행을 마치고 귀가하면 모두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박 화백은 여행 기간 중 수백점의 소품을 그려 배낭에 담아오고, 소영씨는 여행 일기를 쓰고 일러스트를 그렸다. 남연씨는 현장에서 본 민예품이나 서민들의 일상에서 영감을 얻은 후 도자기를 만들고는 했다.

박종석 화백과 두 딸이 만든 도예·일러스트·회화 작품.

아버지와 두 딸이 그림과 일러스트, 도예 작품을 함께 선보이는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5월20일까지 함평 잠월미술관에서 열리는 ‘동상동몽(同床同夢)’전이다. 소영씨는 일러스트를 담은 책 ‘그림일기는 진화한다’도 함께 펴냈다.

“오래 전 결혼한 큰 아이에 이어 둘째도 오는 9월 결혼을 합니다. 마음이 허전하기도 해서 함께 공유하고 있는 추억을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이들과 전시회를 열게 됐어요. 무엇보다 두 아이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두 아이가 전시를 하거나 책 내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함께 도전해보자 격려하며 전시회를 준비했습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아이들입니다(웃음).”

박 화백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큰 아이의 작품을 ‘제대로’ 살펴보게 됐는데 “참 열심히 작업했고, 자기 생각을 다채롭게 풀어낸듯하다”고 말했다.

조선대 섬유패션디자인학과와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문화예술기획전공 과정을 수료한 소영씨는 현재 광주영어방송국 작가로 일하며 틈틈이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 전시에는 평범한 일상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풀어낸 작품 80여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이번에 펴낸 책에는 140여점의 작품을 실었다. 삶을 빛나게 하는 사랑, 힘든 생활을 어루만지는 위로, 세상을 풍요롭게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치있는 그림과 글로 표현해낸 작품들이다.

호남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동대학 산업경영대학원 예술디자인과를 수료한 남연씨는 중학교 시절, 아버지의 지인이었던 김치준 작가의 작업실에서 흙으로 무언가를 만들었던 ‘첫 경험’을 기억한다. “잘한다”는 아버지의 격려를 받으며 그는 도자기를 전공하게 됐고,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에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병, 항아리, 머그컵, 접시 등 30여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단순하고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흙과 호흡하며 물과 불, 바람을 통해 나의 재능과 의식을 불어넣는 작업이 좋다”는 남연씨는 도자기와 회화를 접목시키는 작품을 제작하고 싶다고 말한다.

박 화백은 푸른빛으로 빛나는 무등산 연작 등 12점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도록에는 예술의 길을 가는 세 사람을 묵묵히 내조하고 응원해온 아내이자, 엄마 신윤선씨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담겼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