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지역민들이 화마에 휩쓸려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은 5형제에게 새 안식처를 선물했다.

지난 2일과 3일, 여수 진남와이즈맨클럽, 한화케미칼봉사단, 여수중부교회봉사단, 여남중·고 교사 등 지역민 20여명이 여수 남면 한 집에 모였다.

이 집에서는 여수 여남초·중·고를 다니는 3명을 포함해 5형제가 지내고 있었으나, 지난 2월께 화재로 집 대부분이 불타고 전기 설비까지 망가진 상태였다. 형제들은 일단 할머니 댁으로 피신했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집 수리는 커녕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형제들의 사정을 가장 먼저 접한 건 여남중 김경배(58) 교사였다. 지난 3월 초 전교생 대상 가정방문을 하던 중 형제들의 불타버린 집을 발견했다.

김 교사는 “부엌쪽에서 불을 때다가 불이 번졌다고 들었다. 화재 이후 한참이 지났지만, 아이들은 누구에게 말도 못 하고 속만 앓고 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에 여수교육지원청, 남면사무소 등을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고 돌아봤다.

김 교사에 따르면 형제들은 어려운 형편에도 기초적인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여수교육지원청 복지담당 주무관이 지역 봉사단에 소식을 알리자, 진남와이즈맨클럽과 한화케미칼봉사단이 가장 먼저 손을 들었다. 이어 여수시 내 공단에 있는 사회공헌팀들이 도움을 자처했다.

‘집수리 봉사단’으로 한 데 뭉친 이들은 망가진 전기 설비를 수리하고 도배, 장판, 페인트칠, 천장 공사, 가구 정리, 청소까지 꼼꼼히 진행했고, 단 이틀만에 형제들의 집을 깨끗한 ‘새 집’으로 만들었다.

봉사단 등 여수 지역민들은 이후로도 개인 기부나 교육청 지원 등을 통해 옷, 학용품 등을 꾸준히 지원할 예정이다.

형제들은 “갑작스레 불이 나서 가족 모두 정신이 없고 실망도 컸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정말 새집에 온 것처럼 설레고 감사하다”며 “앞으로 열심히 공부하여 이번에 받은 은혜를 돌려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입을 모았다.

김 교사도 “아이가 중간고사 이후 반 전체 친구들을 새 집으로 초대하기로 했다. 지역민들 덕분에 아이의 자존감도 올라간 듯 하다”며 “지역사회가 힘을 합쳐 도와줘 너무 고맙고, 보람차다”고 말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