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친절, 이나리 지음
2021년 04월 03일(토) 10:00
2014년 단편 ‘오른쪽’으로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한 이나리 작가에게는 다음과 같은 평이 따랐다. “자신만의 목소리가 뚜렷하고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독특한 시선과 화법으로 풀어낼 수 있는 작가”, “서늘하면서 깔끔한 단편소설의 맛을 잘 아는 작가”. 특히 등단작 ‘오른쪽’은 자신의 범죄 사실을 알게 된 엄마의 시점에서 서사가 진행된다. 교육과 모성을 둘러싼 첨예한 문제를 다루면서도 기존의 윤리를 강화하는 것보다 그것을 무참히 허물어버림으로써 낯선 충격을 선사했다.

이번에 이 작가의 첫 소설집 ‘모두의 친절’은 문제적 개인을 통해 익숙한 삶에 대해 질문한다. 특히 여덟 편의 단편은 도덕규범에 비춰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는 인물’을 제시하는데, 대개 여성일 경우가 많다. 이들은 독자들이 작품 속 인물에게 기대하는 바를 보기좋게 배반하며 다른 방향으로 안내한다.

소설집 문을 여는 ‘완벽한 농담’은 성적인 호기심을 갖게 된 여자 중학생을 화자로 내세운다. 친구 ‘미루’가 ‘나’를 문구용품점으로 이끌며 도둑질을 하자고 하자, ‘나’는 잠깐 고민을 한다. 그러나 이내 립글로스를 움켜쥐고 문구용품점을 빠져나온다. 소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새로이 인식하게 된 여자아이의 성장기로 읽힌다.

표제작 ‘모두의 친절’ 또한 두 여성이 맞부딪치는 순간을 그려내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코로나19로 어린이집이 문을 닫자 옆집 여자가 ‘나’에게 아이를 맡겨오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소설은 어떤 사건의 인과관계를 둘러싼 감정에 대해 작가 특유의 시각으로 긴장감있게 풀어낸다.

<문학동네·1만3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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