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머니즘부터 AI까지…다양한 시각으로 삶의 지혜를 찾다
2021년 03월 31일(수) 22:00
광주비엔날레 관전 포인트
40개국서 69작가(팀) 참여
5갤러리 여성작가 작품 집중 전시
옛 국군 광주병원 ‘오월 이야기’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인공지능 방역로봇(앞)과 도슨트 로봇(뒤).

‘위로와 치유, 연대를 꿈꾸다.’ ‘주류를 벗어난 다양한 시각으로 삶의 지혜를 찾다.’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Minds Rising, Spirits Tuning)’을 주제로 개막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현장에서 만나는 작품들에서 두드러진 특징이다. 40개국 69작가(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관습과 고정 관념을 깨고 역압된 역사, 페미니즘, 샤머니즘 등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을 다룬 작품들이 대거 등장했다. 또 권위주의에 대항하는 각국의 상황을 담은 작품과 성소수자, 이민자 등 소외된 이들의 발언에 주목하는 작품들도 선보였다.

지난 31일 오전 광주 북구 비엔날레 전시관에서 열린 제13회 광주비엔날레 프레스 오픈 행사에서 공개된 티모테우스 앙가완 쿠스노 작가의 ‘보이지 않는 것의 그림자’. /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지난 31일 광주시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프레스 오픈 현장에서 만난 작품들은 샤머니즘부터 AI까지 인류 지성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습을 조망한 다양한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또 북유럽 원주민 사미족 출신인 오우티 피에스키의 ‘함께 떠오르기’와 ‘여성 선조의 긍지의 모자’ 등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민족들의 역사와 잊혀진 문화에 대해 ‘새로운 목소리로 발언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였다.

‘소통과 공감의 의미’를 담아 비엔날레 사상 처음으로 무료 개방, 김상돈 작가의 ‘카트’ 등 8명의 작가 작품을 설치한 1전시실은 이후 2~5전시실로 이어지는 작품의 ‘프리뷰’ 역할을 하며 관람객들의 흥미를 돕는다. ‘산, 들, 강과의 동류의식’, ‘돌연변이에 관해’ 등 다양한 소주제로 펼쳐진 전시공간에서는 토착민들의 생활 세계와 페미니즘에 대한 강렬한 목소리를 만나는 작품들이 전시됐다.

마지막 5갤러리는 ‘행동하는 모계문화’를 주제로 여성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였다. 세실리아 비쿠냐 작가가 직접 제주를 찾아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녹음하고 그들의 쉼터를 형상화한 작품은 귀를 기울이게 하며 릴리안 린의 ‘전기신부’ 등은 ‘여성’에 대한 다채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비엔날레본전시관은 무엇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시 공간 구성이 흥미롭다. 나타샤 진발라 등 공동예술감독은 ‘지속가능한 전시’를 지향하며 가벽을 최소화하고 재활용품을 활용하는 등 색다른 전시 공간 구성을 언급했고, 베디오고 파사리뇨가 제안한 5개의 전시실은 색다른 디자인으로 ‘보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특히 다양한 천 조각과 커튼으로 공간을 구획한 3갤러리는 전시장 벽면을 대형 유리로 구성해 자연풍경이 그대로 전시장으로 스며들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광주국립박물관에서는 고대 유물과 이를 발굴하고 전시하는 인간의 관계를 무용과 영상으로 풀어낸 테오 에쉐투의 ‘고스트 댄스’가 인상적이었으며 광주극장에서 만나는 주디 라둘의 작품 등은 ‘영화관’이라는 장소를 살린 작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주제전과 별도로 ‘광주정신’을 다양하게 해석하는 ‘GB커미션’과 5·18 40주년 기념 다국적 프로젝트 ‘메이투데이’ 광주전이 열리는 옛 국군광주병원은 ‘공간’이 갖고 있는 역사와 작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지면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오랫동안 폐허 상태였던 국군병원은 1980년 5월의 상흔을 그대로 안고 있고, 5000여포기의 데이지꽃으로 꽃길을 만들고 초등학생이 낭독하는 오월 이야기를 들려주는 문선희 작가의 ‘묻고, 묻지 못한 이야기_목소리’나 임민욱 작가의 ‘채의진과 천 개의 지팡이’ 등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하지만 주제전 전시작품 중 한국의 무속 신앙 등 원초적인 샤머니즘적 요소가 너무 두드러진 점에 대해서는 관람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 죽음, 사후 세계 등 다소 어두운 주제들이 많아 심리적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하며 처음으로 무료 개방된 1 전시실 역시 개방 의도를 살리기 위해 좀 더 밝은 분위기로 구성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편 지난해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팬데믹은 대형미술축제의 전시장 풍경과 관람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날 프레스 오픈 현장에서는 AI 인공지능을 활용해 방역 서비스에 나선 로봇이 눈길을 끌었다. ㈜제타뱅크가 지원한 방역 로봇은 자유롭게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방역을 하고 전시 작품을 설명했다. 또 방호복을 입은 방역업체 직원들이 수시로 방역을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관람객들은 비엔날레 전시관 입구 뿐 아니라 매 전시실 입구에서 발열 체크와 손소독을 해야하며 전시장 관람 역시 예약제와 현장 예매를 병행한다. 또 재단은 올해 도슨트를 운영하지 않고 대신 전시음성해설 어플리케이션 ‘큐피커’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휴대폰 다운로드)를 선보인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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