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동안 전남대 인문대학 앞 벤치(인벤)에서 먹거리 좌판을 열고 학생들을 반겨 주던 ‘인벤할머니’ 서길자(78)씨가 지난 26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서씨가 평생 학생들을 만난 전남대 인벤 앞에는 그를 기리는 분향소가 설치됐다. 전남대 재학생·졸업생 등이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오는 4월 2일 오후 5시까지 추모객을 받는다.

전남대에서 서씨를 모르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매일같이 인벤에서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끌며 사과와 귤, 도넛, 아이스크림 등을 파는 모습은 학생들은 물론 졸업생, 교수, 인근 주민 모두에게 익숙한 풍경이었다.

한때 전남대에는 수많은 노점상이 드나드었지만, 최근까지 남아 있던 이는 서씨가 유일했다.

때로 서씨는 학생들에게 과일을 무료로 나눠주며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학내 동아리를 돌며 빵을 나눠 주거나, 판매 수익을 모아 전대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하기도 했다.

인근 주민들도 서씨와 추억이 많이 남았다. 북구 용봉동에 거주했던 서씨는 주민공동체 ‘마을발전소’ 회원으로서 단체 고문을 맡기도 했다.

서씨가 캠퍼스를 찾아오기 시작한 건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30대에 생계를 위해 전남대 인문대 근처에 노점상을 연 게 시작이었다.

5·18민주화운동이 불붙었던 지난 1980년에도 서씨는 이곳에 있었다. 당시 그는 학생들에게 주먹밥과 떡을 나눠주며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한다.

1990년대에는 전남대에서 노점상을 몰아내려 한 적도 있었다. 이 때 전남대 학생들이 한 목소리로 “민주화운동 때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을 함부로 쫓아낼 수 없다”며 성명서를 내고 반발해 서씨는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장현규 마을발전소 사무국장은 “명절 때면 서 할머니를 찾아가 인사드리곤 했다. 학생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늘 감사하다며 나누고 싶어 하는 분이셨다”며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이 없었지만, 학생들을 만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캠퍼스로 향하곤 하셨다”고 추억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