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물·치유의 물방울 … 당신도, 내 생각 하시나요?
2021년 03월 26일(금) 00:00 가가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자기 치유 그림 선물
김선현 지음
자기 치유 그림 선물
김선현 지음
“인생 희로애락의 모든 것을 부드럽게 포용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물방울은 전쟁 등으로 인해 아픈 우리 사회의 과거를 대하는 작가의 화해와 치유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상처를 받고 홀로 창밖을 보며, 때론 혼자만의 장소로 가서 물소리를 틀어 놓고 울고 있는 시간을 경험하였을 것입니다. 작가는 치유의 에너지와 인생의 희로애락을 물방울로 녹여 냈습니다. 창밖을 타고 주르륵 내리는 물방울은 편안합니다.”(본문 중에서)
김창열 화백이 가난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캔버스 위에 뿌려 놓은 물이 햇살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존재의 충만함을 느꼈다. 물방울 작품의 효시는 그렇게 탄생했다.
저마다 물방울을 정의하는 것은 다를 터다. 여러 답이 있을 수 있지만 ‘마음의 눈물’, ‘치유의 물방울’로 말한다면 그는 삶에 대한 통찰과 남다른 감성을 소유한 이다.
그림을 통해 평안을 찾고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김선현 박사는 미술치료계 권위자다. 그림을 심리에 활용해 마음이 다친 이들을 위로한다. 이번에 한국화가 25인의 그림을 모티브로 펴낸 ‘자기 치유 그림 선물’ 또한 치유와 평안, 행복과 기억 등을 키워드로 한다. 지금까지 저자는 ‘그림심리평가’, ‘그림 속에서 나를 만나다’ 등 위로와 휴식, 치유를 주제로 한 책을 발간했다.
이번 책도 그 같은 연장선의 일환이다. 작가 인터뷰, 도록, 작가 노트, 평론 정보를 참고해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냈다. “원고를 쓰고 작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미술을 더더욱 사랑하게” 됐다는 말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로 진입했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OECD 기준 자살률 1위 국가다. 지난해 기준 행복지수는 61위에 머물 만큼 현저히 낮다.
무엇 때문인가. 그만큼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다. 적잖은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속내를 들춰보면 남모를 아픔과 고통이 침잠돼 있다.
저자는 내면 상처를 치유할 방법으로 그림을 제시한다. 평안을 찾고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그림을 이야기한다.
“위로, 치유, 사랑, 기쁨, 안정, 평화, 희망, 행복 등을 주는 작품을 통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민중화가로 활동했던 강요배 작가는 1990년대 제주항쟁 연작을 그렸다. 그의 이름 ‘요배’에는 한 서린 제주의 아픔이 녹아 있다. 당시 “김철희, 박순희 등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2명이 되어도 구분 없이 처형된” 일을 겪었던 작가 아버지는 ‘내 아이와 같은 이름이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요나라 요(堯), 북돋울 배(培)라는 이름이 탄생한 연유다.
당시 살아난 이들은 봄날 유채꽃만 보아도 죽임을 당한 사람들이 생각나 가슴이 무너졌다. ‘동백꽃 지다’ 작품에는 “고귀한 생명이 하나둘 스러져간 그 날의 기억을 절대 잊지 말라”는 아련한 슬픔이 배어 있다.
김연화 작가의 ‘자작나무 이야기’는 마음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청량감을 준다. 예로부터 자작나무는 촛불 대용으로 쓰였으며, 연인들이 사랑의 글귀를 쓰기도 했던 낭만적인 나무다. 자작나무 그림을 응시하면 탁 트인 시원함과 향기로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전용환 작가의 ‘순환 변형’에서는 강하지만 리듬감 있는 이들의 선한 영향력을 떠올리고, 박서보 작가의 다양한 선과 화려한 색이 결합된 ‘묘법’에서는 “수많은 사건과 시간을 지내면서 혼돈에서 벗어나서 점점 통찰에”이르는 삶의 여정을 사유하게 된다.
<미문사·1만9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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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열 작 ‘현상 No.1’ |
저마다 물방울을 정의하는 것은 다를 터다. 여러 답이 있을 수 있지만 ‘마음의 눈물’, ‘치유의 물방울’로 말한다면 그는 삶에 대한 통찰과 남다른 감성을 소유한 이다.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시대로 진입했지만 행복지수는 오히려 낮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OECD 기준 자살률 1위 국가다. 지난해 기준 행복지수는 61위에 머물 만큼 현저히 낮다.
무엇 때문인가. 그만큼 마음이 아프다는 얘기다. 적잖은 상처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화려한 이면에 감춰진 속내를 들춰보면 남모를 아픔과 고통이 침잠돼 있다.
저자는 내면 상처를 치유할 방법으로 그림을 제시한다. 평안을 찾고 트라우마를 해소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그림을 이야기한다.
“위로, 치유, 사랑, 기쁨, 안정, 평화, 희망, 행복 등을 주는 작품을 통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아픈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민중화가로 활동했던 강요배 작가는 1990년대 제주항쟁 연작을 그렸다. 그의 이름 ‘요배’에는 한 서린 제주의 아픔이 녹아 있다. 당시 “김철희, 박순희 등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2명이 되어도 구분 없이 처형된” 일을 겪었던 작가 아버지는 ‘내 아이와 같은 이름이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요나라 요(堯), 북돋울 배(培)라는 이름이 탄생한 연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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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철 작 ‘기억 풀이 - 고백’ |
김연화 작가의 ‘자작나무 이야기’는 마음뿐 아니라 시각적으로 청량감을 준다. 예로부터 자작나무는 촛불 대용으로 쓰였으며, 연인들이 사랑의 글귀를 쓰기도 했던 낭만적인 나무다. 자작나무 그림을 응시하면 탁 트인 시원함과 향기로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전용환 작가의 ‘순환 변형’에서는 강하지만 리듬감 있는 이들의 선한 영향력을 떠올리고, 박서보 작가의 다양한 선과 화려한 색이 결합된 ‘묘법’에서는 “수많은 사건과 시간을 지내면서 혼돈에서 벗어나서 점점 통찰에”이르는 삶의 여정을 사유하게 된다.
<미문사·1만9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