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을 해외에 알린 세계적인 전도사, 5·18기록물 유네스코 등재 헌신, 80년 미 ‘볼티모어 선’ 신문에 게재된 광주 기사를 번역해 한국에 송고한 주인공….

고(故) 서유진 인권활동가(1942~2019). 그는 평생을 5·18 진상규명과 역사적 자리매김을 위해 헌신했다.

최근 그의 삶과 활동을 정리한 유고집 ‘혁명에서 진화로-5·18 전도사, 서유진 아카이브’(오월숲)가 나왔다. 윤상원 기념사업회가 기획을 하고 김동하 작가와 서일권 씨가 인터뷰와 대담자로 참여했다. 책에는 선생의 삶을 비롯해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한 행적, 아시아인권위원회 활동, 국내 대학과 연구소에서의 강연 등이 담겨 있다.

조계현 윤상원기념사업회 상임이사에 따르면 이번 유고집은 선생이 타계하기 전 기록을 남기자는 분들이 의기투합해 결실을 맺게 됐다.

전북 완주 출신인 선생의 성장기부터 자신의 아버지가 친일파라고 고백한 참회록, 백악관과 의회 등을 대상으로 전개했던 유신반대 투쟁,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 교수 등과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김상윤 윤상원기념사업회 고문은 “서유진 선생님처럼 5·18의 가치를 뼛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며 “5·18의 가치에 대한 사랑이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아주 객관화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운동사의 흐름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특성 속에서 ‘5월이 차지하고 있는 가치가 어떤 것이다’라고 하는 것을 선생처럼 확고하고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는 사람이 없다”고 덧붙였다.

선생은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재미인권투쟁단체들과 함께 인권 활동을 펼쳤다. 생전의 그는 “5·18은 내가 본격적으로 인권운동을 하면서 반정부인사가 된 계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광주항쟁 당시 ‘볼티모어 선’ 신문의 기자가 쓴 광주 관련 기사를 번역하고 이를 한국에 송고해 왜곡된 보도에 대항하기도 했다.

조계현 윤상원기념사업회 상임이사는 “선생은 군사 쿠데타에 항거했던 광주 5·18을 해외에 알린 세계적인 전도사일 뿐 아니라 아시아인권위원회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5·18기록유산을 유네스코에 등재하는데 헌신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선생은 1992년 광주시민연대 활동을 시작으로 아시아인권위원회 관련 활동,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동티모르 벨로 주교 초청을 위한 현지방문 및 섭외를 펼치기도 했다.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제12회 오월어머니상을 수상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더불어 잘 사는 법에 대해 강조했다. 세대, 성별,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선생의 말은 적잖은 울림을 준다. “주변과 더불어 같이 가려는 건강한 정신을 가져야 결과적으로는 자기가 보호받을 수 있어. 내가 인권운동을 국가를 위해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했을까? 아니야. 공동체가 유지되어야 나도 보호받기 때문에 그런 거야.”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