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도 규칙도 없다…어둠 속 치열한 정보전
2021년 03월 20일(토) 12:00 가가
사이버전의 은밀한 역사
프레드 캐플런 지음, 김상문 옮김
프레드 캐플런 지음, 김상문 옮김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활동이 컴퓨터에 의해 또는 컴퓨터를 통해 통제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폭탄 유도 시스템부터 우라늄 농축 시설의 원심분리기, 수문을 조절하는 댐의 통제 밸브, 은행의 금융 거래, 자동차 내부의 제어장치나 항온항습기, 도난경보기, 심지어 토스터기까지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네트워크를 해킹한다는 것은 곧 스파이나 사이버 전투원에게 원심분리기나 댐, 은행 기록 등을 제멋대로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환경설정을 바꾸거나 느리게 움직이게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빠르게 움직이게 할 수도 있으며, 멈추게 할 수도 있고 심지어 파괴할 수도 있는 것이다.”(본문 중에서)
사이버전을 일컬어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사이버 공간에서는 전쟁이 한창이다. 누가 더 많은 총탄을 가지고 있느냐보다 누가 정보를 통제하느냐가 본질이다.
지난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의 해킹이 있었다. 미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푸틴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나름의 사이버전을 감행했다고 봤다. 사이버 공격은 이처럼 정보나 돈의 탈취를 넘어 다른 나라의 정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 프레드 캐플런의 ‘사이버전의 은밀한 역사’는 사이버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룬다. 사이버 강국 미국이 사이버전에 대비해 어떻게 NSA(국가안보국)을 발전시켜왔는지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에 맞서 방어와 수비를 수행해왔는지 들여다본다. 저자는 100명이 넘는 관료인물들, 정부관료를 비롯해 군 장성, 국가안보기관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인물들을 비밀리에 인터뷰했다.
지금의 사이버 공간은 더 이상 가상 공간이 아니다. 공중을 비롯해 지상, 해상, 우주와 같은 ‘하나의 전장 영역’으로 인식된다. 사이버전은 군인들뿐 아니라 일상에서 컴퓨터, 사물인터넷 기기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과 관련이 돼 있다.
사이버전은 지난 1990녀 사막의 폭풍 작전부터 시작됐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의 마이크로웨이브 신호를 가로채 대지휘통제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반대로 1998년 미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해킹인 문라이트 메이즈 사건을 비롯해 중국 부대의 미국 주요 방산업체, 핵심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있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우리는 통제되지 않은 구역을 헤매고 있다”는 말처럼 사이버전은 이미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그 주체나 작동방식을 알기 어려운데다 그것이 전쟁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구별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현실에선 사이버 공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사이버전에서 공격과 방어는 어디까지일까? 어느 시점부터 공격행위가 성립되는 것일까? 외국의 적대세력 통신을 매개하는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합법적일까? 또는 사이버전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까?
저자가 던지는 물음은 사이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진한 숙고를 요한다.
<플래닛 미디어·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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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사이버 공간은 더 이상 가상 공간이 아니다. 공중을 비롯해 지상, 해상, 우주와 같은 ‘하나의 전장 영역’으로 인식된다. 사이버전은 군인들뿐 아니라 일상에서 컴퓨터, 사물인터넷 기기를 사용하는 모든 이들과 관련이 돼 있다.
사이버전은 지난 1990녀 사막의 폭풍 작전부터 시작됐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의 마이크로웨이브 신호를 가로채 대지휘통제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반대로 1998년 미 국방부를 대상으로 한 해킹인 문라이트 메이즈 사건을 비롯해 중국 부대의 미국 주요 방산업체, 핵심기반 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도 있었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의 “우리는 통제되지 않은 구역을 헤매고 있다”는 말처럼 사이버전은 이미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러나 그 주체나 작동방식을 알기 어려운데다 그것이 전쟁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구별하기 힘들다. 다시 말해 현실에선 사이버 공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사이버전에서 공격과 방어는 어디까지일까? 어느 시점부터 공격행위가 성립되는 것일까? 외국의 적대세력 통신을 매개하는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하는 것은 합법적일까? 또는 사이버전이 전면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을까?
저자가 던지는 물음은 사이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진한 숙고를 요한다.
<플래닛 미디어·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