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 외길’ 33년, 많은 사람들에게 약초를 알리고 싶은 순천대학교 박종철(66·바이오한약자원학과) 명예교수의 마음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박 교수는 최근 고흥군 죽암농장에서 ‘박종철 약초전시관’을 개관했다.

이 곳에는 그가 지난 15년 동안 국내는 물론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37개 나라에서 수집한 약초와 약재, 관련 정보 등 450여점의 수집품 중 일부가 전시돼 있다.

혼동하기 쉬운 약초들을 비교 전시한 것도 특징이다. 박 교수는 질병인 풍(風)을 예방한다고 잘못 알려진 방풍나물을 예로 들었다.

“약재 방풍과 식(植)방풍, 해(海)방풍 3가지가 전혀 다르다는 걸 아시나요? 우리가 쌈 나물로 먹는 방풍나물은 식방풍, 일명 갯기름나물인데, 방풍과 달리 풍을 예방하는 효과가 없습니다. 이처럼 헷갈리는 약초들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 한 눈에 구별할 수 있도록 전시했습니다.”

전시관은 죽암그룹 김종욱 회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세워졌다. 지난해 8월 은퇴한 박 교수로부터 방대한 양의 수집품을 보관할 공간이 없다는 소식을 듣자, 김 회장은 고흥 죽암농장 내 공간을 흔쾌히 전시관으로 내줬다.

박 교수는 순천대에서 33년 동안 약초를 연구하며 수집품을 모아 왔다. 학생들에게 생생한 정보를 전달하고, 연구에 활용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스리랑카, 인도, 베트남 등 세계 각국의 시장과 식물원 등을 오가며 우리나라에서 자생하지 않는 약초까지 수집했다.

그는 “외국에 나갈 때면 늘 약초 생각부터 했다. 약초가 상하지 않게 조심히 가져오느라 같이 구입한 수십권의 책자는 무겁게 느껴지지도 않았다”며 “사진으로도 일일이 찍어 뒀는데, 8TB(테라바이트) 외장 하드디스크가 가득 찰 정도의 양이다”고 웃었다.

그는 최근 동의보감에 수록된 약초를 정리한 ‘동의보감 한방약초’ 책자를 펴내기도 했다. 780여 페이지 분량의 책자에는 직접 촬영한 사진, ‘동의보감’ 원문과 효능, 약효, 기원 식물 등 다양한 정보가 담겼다.

“동의보감에는 1400여종의 약초가 수록돼 있는데, 그 중 눈에 띄는 약초들이 있어요. 한자명뿐 아니라 한글로도 이름이 병기(倂記)돼 있는 약초들이죠. 대추, 모과, 오미자 등인데, 실생활에서 백성들이 많이 썼던 약초가 아니었을까 추측합니다. ‘한글 약초’ 중 식약처 사용 승인을 받은 188종을 담았습니다.”

세계약초연구원 원장인 박 교수가 지금까지 펴낸 약초 책자만 20여권, 공동 저술까지 합치면 70여권에 이른다. 지난 2015년에는 모든 식약처 공인 한약의 효능을 정리한 책 ‘약초 한약 대백과’를 펴내기도 했으며, 올해 안에 기존보다 자세한 설명이 들어간 새 ‘대백과’를 펴낼 계획이다.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나왔고, ‘타미플루’도 팔각회향이라는 약초에서 비롯됐죠. 약초는 지금도 수많은 신약의 밑거름으로 쓰입니다. 오랫동안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고,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알 수 있도록 약초 정보를 집대성 하는 게 꿈입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