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의 자세 김유담 지음
2021년 03월 19일(금) 00:00
여탕에서 때를 밀어주며 밥벌이를 하는 세신사 엄마, 비록 여탕에서 자랐지만 무용가로 성장한 딸의 이야기. 김유담 작가의 소설 ‘이완의 자세’는 ‘금남의 구역’에서 벌어지는 오늘을 사는 여자들의 내밀한 사연을 다룬다.

소설은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핀 캐리’로 등단 후 2020년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신예 김유담의 신작이다. 몸에 대한 고찰부터 여탕을 드나드는 여자들의 고단한 삶과 내밀한 사연이 펼쳐진다. ‘나’는 대학시절 내내 중앙무대에서 주목받지 못한 무용가 지망생이다. ‘엄마’는 남편을 잃고 사기까지 당해 어린 딸과 24시만수불가마사우나의 때밀이 일을 한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무용을 배우며 언젠가는 성공한 무용가가 되어 여탕을 탈출하겠다는 꿈을 키운다.

매일 여자들의 몸을 닦아주며 사는 엄마와 몸을 써서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는 딸은 그러나 아귀가 맞지 않아 삐그덕거린다. 멸시와 하대를 당하면서도 오랜 시간 때밀이를 하며 딸과의 생활을 이어오는 엄마, 그런 엄마가 아프게 다가오면서도 여탕에서 벗어나고 싶은 딸은 잦은 갈등을 빚는다.

나와 함께 사우나에서 자란 사장집 아들 만수 역시 한때는 야구 유망주였다. 그러나 사고로 어깨를 다친 후에는 더 이상 야구를 하지 못한다. “주인공은 단 한명뿐”이고 “누구든 확률적으로 조연이나 엑스트라에 머물 비율이 훨씬 더 높다는 점을” 나와 만수는 아프게 깨닫곤 한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가슴 속 깊이 품고 사는 사람들의 마음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해왔다”며 “꿈꾸던 것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남은 삶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까”라고 질문을 던진다. <창비·1만4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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