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기술이 발달하고 융복합시대로 전환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내면은 점점 초조와 불안으로 가득 차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 성현들의 말과 경구는 마음을 다스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붓으로 직접 쓴 800개 지혜의 문장을 책으로 펴낸 시인이 있다. 주인공은 보성 출신 리정훈(83) 시인.

리 시인은 최근 ‘마음을 열어 주는 지혜-영혼의 빛’(동산문학사)을 발간했다. 60여 년간 교훈이 될 만한 명문을 모아 이를 하나하나 붓글씨로 써내려간 결과물이다.

그는 “코로나 확산과 경제난으로 사람들의 마음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다”며 “좋은 글을 읽고 되새기다 보면 안위와 평안을 얻을 수 있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책에는 한번쯤 들었음직한 문장들이 수록돼 있다. 고전과 사서삼경을 비롯해 성경과 불경 그리고 유명인사의 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바람직한 사람살이에 대한 깨달음을 준다. 800개의 명문을 붓글씨로 쓰는 데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주역’에 나오는 금석지교(金石之交)는 사귐과 벗의 의미를 떠올리게 하는 글이다. “두 사람이 한마음이 되면 강한 쇠를 자를 수 있고 같은 마음의 말은 난초의 향기를 마시는 것과 같다.” 쇠붙이와 돌처럼 굳고 변함없는 우정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에 ‘금석지교’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에머슨의 ‘성공’이라는 시도 잔잔한 울림을 준다. 에머슨은 자연을 통해 지혜를 넓혔고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섭렵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이처럼 각각의 글들은 마치 저자가 눈앞에서 들려주는 것 같은 울림을 준다. 글들을 모으며 뜻을 되새겼을 시인의 심사 또한 헤아려진다. 그는 붓으로 옮긴 글 가운데 일부는 지인에게 주기도 하고 상당수는 직접 보관하고 있다.

시인은 한학자이셨던 부친의 영향으로 한문학과 서도의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초중등 교육계에서 46년 간 교직의 길을 걸으면서 틈틈이 시도 썼다. 문학 등단은 지난 1997년도 ‘공간문학’을 통해서였다. 이후 지인들과 ‘산울림’이라는 동인지를 만들어 창작활동을 펼쳤고 이후 광주문인협회 이사를 비롯해 광주시인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교직생활 하는 틈틈이 담헌 전명옥 작가 등으로부터 서예를 배운 것이 큰 힘이 됐다”며 “책에 수록된 글은 원 텍스트를 찾아 반복해서 읽으며 뜻을 음미하고 출처까지 정확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