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대한 열정 앞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김상문(79)씨가 오는 24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생활과학과(가정복지학 전공)를 졸업하고 생애 9번째 졸업장을 받는다.

1987년 45세 나이로 방송통신대 초등교육학과를 졸업한 김씨는 기세를 몰아 유아교육학과·일본학과·관광학과·문화교양학과·교육학과·청소년교육학과·국어국문학과 학사 졸업장을 받았다. 특수교육 석사 학위도 갖고 있다.

여든을 앞두고 받은 졸업장, 김씨는 “9번째 졸업장이라고 전혀 특별하다고 느껴지진 않는다. 생활의 일부이자 즐거움인데 특별할 게 있겠나”라며 웃었다.

함평 출신으로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1961년부터 함평국민학교 교사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다. 하지만 같은 해 초등교원을 대학 수준에서 양성하는 법안이 통과된 뒤 김씨는 ‘고졸’이라며 은근한 차별을 받았다.

학생·동료 교사 등도 미묘한 눈치를 주는 것은 물론, 20여년 동안 승진에서 누락되기도 했다. “고졸 선생이냐”며 대놓고 물어 오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이같은 차별을 극복하고 싶었던 김씨는 1981년 방송통신대로 향했다.

“처음엔 그저 ‘학력을 올려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지요. 이후 유아상담 장학사, 특수상담 장학사 등 업무를 맡게 되면 그에 맞춰 유아교육, 특수교육 등 학위에 도전하는 식이었죠.”

김씨는 한 학기는 서울에서, 한 학기는 광주에서 수업을 듣는 식으로 공부했다. 40~50대 늦깎이 학생들은 물론 20대 젊은이들과도 스스럼없이 교류하고 있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놀다 보니 올해 여든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다”고 웃었다.

한편 김씨는 나이가 들수록 공부가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시력·청력도 떨어지고 오랫동안 의자에 앉아있기엔 허리도 성치 않다. 책을 붙들고 있기도 힘든데 이젠 인터넷까지 배워야 한다.

‘공부 체력’을 다지고자 운동을 시작한 그는 요즘 매일 6~7시간, 40~50km 거리를 걷는다. 화순 너릿재부터 김대중컨벤션센터까지, 첨단 보훈병원에서 담양 죽림원까지 매일 다양한 코스로 걷기 운동을 해 온 그는 “2006년 순천 선혜학교 교장직에서 은퇴하고 15년이 지났는데도 재직 시절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졸업과 동시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할 계획이며, 이후에는 생활체육과, 경영학과, 행정학과에서 공부할 생각이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사는 날 까지 대학 다니며 공부하고 싶습니다. 배움을 어려워하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주고 싶어요.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90세, 100세까지도 공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꿈이자 목표입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