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전라도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은사님인 김상철 선생님을 만났고, 전남도 장학금 덕분에 제가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지요. 제 마음의 고향 전라도에 할수 있는 모든 보답을 하고싶다는 마음 뿐입니다.”

한때 유도 국가대표로서 세계를 누볐던 이창선(67) TQD 에네르히아 회장. 최근 신재생에너지 사업가로 변신한 그는 전라도 땅에서 풍력발전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화순 동복면 밤실산 일대에 9만9866㎡ 규모 풍력단지를 세우고 있으며, 고흥·담양·남원 등에서도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스페인 국적을 가진 교민인데다 “3년 뒤 70살이 되면 스페인으로 돌아가겠다”는 그가 요즘 전라도에 발전소를 세우는 데 힘을 쏟는 이유가 뭘까.

이 회장은 서울 출신이지만, 자신을 키운 건 전남이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엔 전남 출신 유도인 김상철 선생이 있었다.

“김 선생님과는 성동국민학교(현 성동초) 때부터 만났습니다. 서울 성동고 3학년 때인 1971년 국가대표로 발탁되고, 용인대로 진학한 뒤로도 인연은 이어졌죠. 김 선생님은 유망주를 키워야 한다며 전남도로부터 장학금을 끌어와 연고도 없던 제게 전해주셨어요.”

김 선생의 지원으로 힘을 얻은 이 회장은 전남 대표로 전국체전에서 뛰기도 했다. 1979년 전남체육고 유도교사로 나선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있었다.

유도선수로서 실력도 상당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는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서는 집단 보이콧 사태로 경기 참가가 무산됐지만, 스페인 정부 요청을 받고 ‘왕실 유도 사범’으로 발탁됐다. 그는 “펠리페 왕세자를 비롯해 스페인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했고, ‘유도 불모지’였던 스페인을 ‘유도 메달리스트’로 끌어올렸다”고 돌아봤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지도자직을 은퇴한 이 회장은 스페인 왕실을 통해 ‘풍력발전’을 접했다. 아직 국내에 풍력발전이 보급되지 않았던 때였다. 풍력발전회사 가메사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힌 뒤, 악시오나 아시아 상임고문으로서 한국 투자와 기술 이전 약속을 받는 한편 한국에 풍력발전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이 회장은 지역과 상생하는 발전단지를 짓는 게 꿈이다. 발전소가 지역 발전에 힘이 되고, 지역 주민도 호응하는 ‘우리 동네 보물’로서 남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는 2007년 당시 악시오나 에너지 코리아 회장으로서 경북 영양군에 지었던 풍력발전단지를 예로 들었다. 이 회장에 따르면 풍력발전기 총 130여기가 설치된 이 곳은 국내 최고 수준의 발전 효율(39%)을 뽐내며 영양군이 풍력발전 1번지로 거듭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장은 또 단지 내에 ‘풍력학교’를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풍력학교는 지역민 위주로 기술을 전수해 ‘풍력발전 전문가’를 양성하는 곳이다. 지역 청년들이 대를 이어 풍력 기술을 익히며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며 “취업난·인구 유출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풍력발전단지를 시작으로 해양 풍력발전,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버섯농장, 각종 지역 축제 등 지역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풍력발전은 자연 속에 자연히 스며들어 가는 것입니다. 자연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이로운 발전소, 100년을 함께할 수 있는 발전소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그린 뉴딜’ 등 친환경 사업이 각광받는 요즘, 전라도가 미래를 여는 선두주자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글·사진=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