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촌놈이 과수농사를 짓기 위해 고흥에 내려왔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우리 농업의 6차 산업화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습니다. 저를 인재로 선발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흥에 유자 350주를 심어 매년 15t을 생산하는 류진호(29)씨는 원래 광주에서 나고 자랐다. 일반계 고교를 다니면서 고흥이 고향인 아버지의 권유로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하면서 농업과 연을 맺었다. 대학졸업 후 후계농업인 자금 2억4000만원을 대출받아 유자나무를 심고, 5년 뒤인 최근 다시 2억원을 추가 대출받아 1900평의 유자과수원 주인이 됐다.

“과수 농사 짓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제가 투자하는 시간에 비해 소득도 상당하고요. 아버지께서 저에게 한국농수산대학을 권할 때 앞으로 국가의 미래가 농업에 있고, 그만큼 다양한 지원과 배려가 있을 것이라고 하셨는데, 어느 정도는 말씀대로 된 것 같습니다.”

그는 현재 덜 익은 청유자를 일본에 수출하고, 생과나 즙을 카페, 음식점 등에 직접 공급하며 1년 2억7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금은 대출금 갚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조금 여유가 생기면 체험프로그램을 적용한 ‘교육농장’ 시스템을 적용해 볼 계획이다. 올 초 전남도로부터 산업인재로 선정돼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에 연수를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됐다.

“선진국의 농업은 지역과 기후를 감안하고, 소비자 기호에 맞춰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죠.”

류씨는 ‘1만 시간 법칙’을 믿는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1만 시간 정도를 투자해야하며, 자신은 이제 7년째 과수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농사꾼일 뿐이라는 의미다. 앞으로 꾸준히 더 열심히 농업의 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 그의 의지다.

“농업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공매나 경매로는 어렵다고 봅니다. 이제는 소비자를 찾아가 제값을 받고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농업 현장의 기계화가 상당히 진전되면서 생산비용이 줄고 노동시간이 단축되는만큼 남은 시간과 비용을 이제 소비처를 발굴하는데 써야 합니다.”

그는 농업이 의식주의 기본을 차지하고 있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은 열악하다. 고령화, 인구 감소로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주민 수도 갈수록 줄어들고 의료·문화·편의 시설 미흡 등으로 불편함도 크다. 다만 반드시 농업을 지켜야겠다는 생각과 제2의 고향이 된 고흥의 발전을 위해 버티고 있다.

“유자의 경우 저장이 어려워 11월~12월에 모두 수확해 소비합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현재 유자를 활용한 가공품들을 생산·개발하고 있으며 나아가 앞으로 유자 꽃, 유자 잎을 활용한 비수기 농가 수익 사업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자체와 지역사회에서도 단순 생산을 통한 소득 향상보다는 농수산물의 개별적인 기능성들을 연구해 농가 소득 향상을 위해 힘써줬으면 합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