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삼시세끼 어촌편’을 찍는 기분입니다.”

지난해 3월 은퇴한 뒤 여수 미포마을에서 인생 2막을 시작한 장은수(62)씨는 매일 바다에서 나는 온갖 재료로 ‘한끼’를 해결하고 있다.

바다 생활을 한 지 1년이 갓 지났지만, 그의 그을린 얼굴과 손에서는 도시인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익산에서 나고 자란 뒤 수원에서 수십 년 직장생활을 한 장씨는 여수에 연고가 없다.

그는 퇴직 전부터 어촌 생활을 꿈꾸며 차근차근 귀촌 준비를 했다.

전남도가 진행한 ‘전남에서 먼저 살아보기’ 사업에 참여하며 금오도 대유마을에서 한 달 살아보고 지인들과 전남 곳곳을 캠핑하기도 했다.

그는 올해 5월 미포어촌계 사무장을 맡으며 앞으로 2년 동안 마을의 크고 작은 일 모두 돌보게 됐다.

지난 여름 미포마을은 세 차례의 태풍이 여수 앞바다를 덮치면서 밀려든 해양쓰레기로 곤욕을 치렀다. 사무장을 맡은 장씨는 주민들과 힘을 모아 청소에 나서 하루 만에 깨끗한 해안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장씨는 전남 어촌에 활력을 제공하고 발전을 선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달 전남귀어귀촌지원센터(센터장 최연수)로부터 ‘2020년 전남 어촌 우수귀어인’ 상을 받았다.

대개 어촌계 문턱이 높다는 게 자자한 얘기지만 장씨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20여 어촌계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새벽부터 땀 흘리고 녹초가 된 어촌 사람들에게 말 붙이는 것조차도 힘든 일입니다. 멀뚱멀뚱 가만히 있는 것보다 먼저 이웃에게 손을 내미는 노력이 필요해요. 제가 수십 년 동안 한국전력에서 판매계열 업무에 몸 담았던 경험도 마을에 동화되는 데 한몫 한 것 같아요.”

장씨는 욕심은 모두 도시에 두고 귀촌했다.

아직 그에게는 변변한 양식장이나 어선 한 척 없다. 이웃이 운영하는 전복 양식장에서 일을 거들며 귀어 첫걸음을 떼는 중이다.

대신 아름다운 다도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텃밭에서 콩, 대파, 당근 등 제철 농산물을 키우는 재미를 쏠쏠히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고 내년 봄이 되면 3t짜리 어선을 들이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이번 추석은 가족이 있는 수원에서 명절을 보냈지만 다음 명절에는 미포마을 식구가 더 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습니다.”

/글=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