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서로 지혜를 모으면서 더 살맛나는 어촌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2020년도 전남도 우수 귀어인으로 선정된 해남 어불어촌계 신재광(38)씨는 어불도에서 ‘인싸’(인사이더·insider)로 불린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마을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면서 얻어진 별명이다.

지금은 마을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그는 2009년 대학을 졸업한 직후 26살의 나이에 고향 어불도에서 아버지의 전복 양식 일을 도왔다. 고향이라고 해도 초등학생 때부터 타지 생활을 했던 신씨는 이웃들에게 사실상 외지인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그의 아버지는 김 양식장에서 전복 양식으로 전환한 지 첫해였다. 전복 양식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터라 먹이 관리를 못해 전복을 굶길 때도 많았다.

신씨는 몸이 편찮은 아버지를 대신해 전복 양식을 배우기 위해 완도와 해남 등 타지역 전복 양식 어가를 찾아가 수개월씩 허드렛일도 마다하지 않고 일을 배웠다.

그는 “열심히 일해도 날마다 죽어가는 전복을 셀 수 없었다”며 “쉽지 않았지만 일을 배워와 전복 양식장을 운영하면서 자연스레 경험을 쌓게 됐다. 그 시간이 6년 걸렸다”고 말했다.

경험을 쌓은 신씨는 2015년부터 아버지의 양식장을 직접 경영하면서 본격적인 귀어인의 삶을 시작했다. 처음 120칸이던 양식장은 매년 투자를 거듭해 지금은 950칸으로 늘었고, 생산량도 3t에서 25t으로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그는 자신이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주변 마을 청년들에게 나누기 시작했다. 신씨는 “실패를 거듭하던 전복 양식장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가 경험을 나눠줬기 때문이다”며 “나 역시 그 경험을 마을 선후배들에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씨가 먼저 마음을 열고 자신의 경험을 나누자 자연스럽게 이웃들과의 교류도 늘어났다. 조용하지만 근면성실한 그는 이웃들의 추천을 받아 어불어촌계 총무가 됐고, 더 나아가 마을 반장도 역임하게 됐다.

특히 신씨는 지난해 자신의 집 앞마당에 20평 남짓의 청년모임 공간을 만들었다. 전복 양식을 하는 청년들이 일을 마친 뒤 같이 식사를 하고, 하루 일과를 공유하면서 각자의 지식과 비전을 나누는 공간이다.

“마을 청년들이 모여 토론하고 서로 일을 도우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요. 이들과 깨끗한 마을, 화합하는 어촌을 만들어가려 합니다. 또 단순 생산에 머무는 어촌의 현실을 벗어나 가공과 판매 역량을 키워 어촌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신씨는 “일이 없는 날이면 전국의 가공공장과 회사, 양식장 등을 찾아가 공부하고 있다”며 “앞으로 어촌의 청년들이 지혜를 모아 역량을 키워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