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게 다니다 보니 학교 때도 못 받아본 상을 받네요.”

2020년 우수 귀어인 시상식 단상에 오른 해남 어불어촌계 박정희(56) 계장은 “동네 요란하게 다닌 결과물”이라며 웃었다. 그만큼 애정을 가지고 삶의 터전이자 고향을 돌보고 있다는 의미다.

늘 가슴에 고향 바다를 품고 살았던 박 계장은 불의의 사고로 계획보다 일찍 고향으로 돌아와 김 양식을 하고 있다.

박 계장은 “25년 동안 전기 일을 했다. 정년퇴직하면 고향에서 살 생각을 했는데 일하다가 사고가 났다. 그 사고를 계기로 10년 정도 일찍 돌아오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왼쪽 팔 전체에 흉터가 남은 큰 사고였다.

그는 “군대 다녀와서 26살에 고향을 떠났다. 오래 떠나있던 만큼 고향도 사람 사는 모습도 많이 달라졌다”며 “1년 정도 선배들과 이야기해 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최종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계장은 터를 잡고 아내와 함께 살 집을 지으면서 차근차근 귀어를 준비했다.

그는 “애들은 도시에 있고 와이프와 같이 내려왔다. 지금은 이곳 생활이 재미있다고 한다”면서도 “섬마을이라 배를 타고 나와야 하고 폐쇄적이라 어려움도 있을 것이다”고 동행을 해준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박 계장에게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시간 바다가 많이 달라졌다.

박 계장은 “고향을 떠나기 전에 김을 했고 바다는 익숙하다. 하지만 20년이 지났다. 그 사이에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며 “처음에는 잘 안 됐다. (귀어해서) 7년 하면서 잘 되기도 하고 실패도 하고, 그걸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을 알 수 없는 바다를 눈과 감(感)으로만으로는 대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계장은 “육지에서 농사지어도 마음대로 안 되는 데 바다에 띄어놓고 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나”며 “수온이 올라가면서 어종도 달라졌고 바다가 많이 변했다. 언제, 어느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인력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바다, 이에 맞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자료와 통계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박 계장은 “어민들 살리려면 조류나 어장관리가 중요하다. 이것은 개인이 못하는 것이다. 지역의 조류, 바람, 수온 등을 과학적으로 통계치를 내고 이에 맞춰서 어민들이 준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그는 청정 해남 바다에서 맛 좋은 김을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바다로 향한다.

박 계장은 “우리 지역 김이 정말 맛있다. 똑같은 김이라고 해도 순수하게 맛있고 고소하다”고 설명했다.

어민들이 바다와 씨름해 만든 것들을 소비자들이 좋은 가격에 만날 수 있도록 하는 게 그의 바람이자 목표다. 무엇보다 책임자로서 낙후된 마을을 발전시키는 게 가장 큰 목표다.

박 계장은 “내가 잘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마을이 잘 됐으면 좋겠다. 정말 낙후된 마을이다. 어촌 뉴딜 300 이런 게 중요하다. 문화 관광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며 “내가 노력하다 보면 10년 후에 사람들이 시끄럽게 다니더니 잘했다고 인정해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상도 그런 의미로 생각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또 우수 귀어인으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귀어를 꿈꾸는 이들에게 체계적인 준비와 대비를 강조했다.

그는 “무조건 달려들어서는 안 된다. 나도 26년을 살다가 다시 들어왔는데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2년 정도는 목표한 곳에서 살아보면서 바다도 알아야 안다. 1년 가지고는 안 된다. 2~3년 정도는 걸린다. 그냥 와서 지내는 것과 생계를 하면서 산다는 것은 다르다. 신중하게 시간을 들여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