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레호수는 미얀마 샨주의 남쪽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호수로 미얀마의 심장과 같은 존재이다. 풍광이 아름다워 동양의 베니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수경재배 농장, 수상가옥, 갈대 밭, 한 발로 고기 잡는 인타(Intha)족 어부의 모습, 좁고 긴 쪽배 등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압권이다. 인레호수에 이르기 위해서는 양곤에서 비행기로 샨주의 관문역할을 하는 헤호공항에 내려서 다시 차로 1시간가량 가야 한다.

해발 87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하기 때문에 1년 내내 춥지도 덥지도 않고 온화한 기후가 계속되니 더욱 살기 좋은 곳이다. 큰 바람이 불지도 않고 큰 비도 없다. 길이가 약 20km, 폭이 11km에 이르는 미얀마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이고 80여개의 섬을 품고 있다. 그러나 주변의 습지와 수경재배지가 깔려 있어서 좁아 보인다. 건기인 겨울에는 수심이 2m로 낮아지지만 우기인 10월경에는 6m정도로 깊어진다. 잔잔하고 넓은 호수 위에 점처럼 떠 있는 쪽배와 밭고랑을 형성하며 떠 있는 수경재배지, 그리고 하얗게 물살을 이루며 달리는 현대식 보트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인레호수에서 좁은 물길을 따라 들어가면 물위에 나무로 만든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있다. 호수 주변 마을이 17개 이른다 한다. 인타족은 집을 물 위에 짓고 사는 독특한 소 종족이다. 수초더미를 모아서 떠내려가지 않도록 나무 말뚝으로 고정을 시키고 그 위에 집을 짓는다. 호수 집 주위에는 바나나 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다. 36개의 왕 대나무나 티크나무를 수심 3미터 정도에 박고 나무나 대나무로 벽을 만들며, 지붕은 야자나무 잎이나 양철을 사용해 가옥을 만든다. 집의 넓이는 보통 15-20평 정도이다. 옛날에는 1층으로 지어졌지만 지금은 2층, 3층이며 아주 넓은 거실이 특징이다. 거실에서 손님을 접대하여 따뜻한 차를 대접하는 것이 그들의 예법이다.

인레 호수에서 발로 노를 저어 낚시하는 인타족 어부.

호수 주변 마을에는 샨족, 다누족, 카렌족, 몬족, 파오족, 인타족 등 소수민족들이 사는 미얀마 전통문화의 보고이다. 이곳에는 18개의 마을이 있고 인타족은 호수 안의 떠 있는 섬을 중심으로 살아간다. 밑바닥에 너울거리는 수초와 물고기가 그대로 보이는 맑은 물, 그 위에 옹기종기 떠 있는 수상가옥들, 그리고 일년 내내 춥지고 덥지도 않은 살기 좋은 온도와 청명한 날씨 속의 푸른 하늘과 하연 구름, 한가로이 고기를 잡은 인타족 어부들의 모습, 이 모든 것이 한 폭의 풍경화이다.

인레호수에서 살고 있는 소수종족 중에서 가장 중심적인 종족은 인타족이다. 그들은 원래 미얀마남부 말레이 반도 지역에 살던 종족이다. 인레 호수 주변의 부호가 부지런한 인타족을 불러왔다고 한다. 18세기경 남부지역에서 버마왕국과 타이왕군 간에 전쟁이 발발하자 더 많은 가구가 이곳으로 이주하였다 한다.

인타(Intha)란 ‘호수의 아들’이라는 뜻이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호수 위에서 태어나 호수 위에서 살다가 호수로 돌아가는 수상민족이다. 그들은 깨끗하고 아름다운 인레호수를 터전으로 살아간다. 이들은 물속에서 자라고 있는 수초를 건저올려 밭을 만들어 채소를 경작하고 적절한 높이의 물 위에 집을 짓는다. 그래서 집집마다 몇 개의 작은 배가 있어야 한다.

아이들은 배로 학교에 가야하며 어른들은 배로 물위에 떠 있는 일터인 수상농장으로 나가며 시장에 갈 때도 배를 타고 간다. 역시 물 위에 떠 있는 사원을 갈 때도 배를 타고 간다. 호수는 어린이에게 놀이터이다. 커다란 플라스틱 통을 타고 이동하거나 장난치는 어린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인타족에게 호수는 땅과 같이 집터이며 농토이다. 그들은 물위에 떠 있는 수초더미를 모아 큰 덩치를 이루고 그 위에 조금의 흙을 얹어 수상농장을 만든다. 흙은 물속에서 파서 올린 것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경작된 토마토를 비롯한 수확은 조그만 배에 싣고 좁은 수로를 통하여 이동하여 교환과 판매가 이루어진다.

인레호수에 있는 파웅도우사원의 금박을 발라 두툼해진 불상.

인타족이 경영하는 ‘쭌묘’라는 수상농장을 만드는 방법은 독특하다. 땅의 흙을 일구어 씨를 뿌리고 비료를 주는 일반적인 농법에만 익숙한 우리에게 참으로 특이해 보인다. 대나무를 엮어 만든 틀을 만들고 그 위에, 호수에서 작은 섬처럼 떠다니는 수초더미를 모은 다음 긴 막대기에 바가지를 달아서 호수 밑바닥의 진흙을 퍼 올려서 수초 위를 덮는다. 그런 다음 긴 대나무 막대기로 떠내려가지 않게 바닥에 고정시키면 멋진 농장이 완성된다. 이 위에 오이, 꽁, 가지, 양배추, 토마토 등 채소 작물을 심으면 흙이 품고 있는 풍부한 영양분을 먹으면서 무럭무럭 자라난다. 이 기발한 농사법을 가파른 산에 둘러 싸 농작물을 키울 땅이 귀했던 환경 탓에 아주 오래전 선조들이 생각해 낸 것으로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호수 바닥의 풍부한 유기물을 이용하므로 이들은 항상 기름진 땅을 유지할 수 있다. 수상농장에 올라가보면 겉으로 보기엔 보통의 밭과 다를 바 없으나 물위에 떠 있는 탓에 연신 출렁거려 중심 잡기가 힘들다. 농사를 짓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수초를 모으고 옮겨가는 모습도 보인다. 수상농장에서 얻어지는 수익으로 인타족은 주위의 다른 종족들에 비해 매우 부유하게 생활을 한다. 어찌 보면 근면하고 지혜로운 종족이다.

그들이 물고기를 잡는 방법도 특이하다. 그물이나 낚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나무로 만든 커다란 통발 모양의 대나무 망을 조심스럽게 물 속에 밀어 넣는다, 그리고 긴 막대기로 주위를 휘저어 갈 갈을 잃은 물고기가 대나무 망에 걸리면 날쌔게 잡아 올린다. 잔잔하게 펼쳐진 호수 위로 기우뚱한 모습으로 서서 발로 노를 저어 나아가는 어부들의 모습이 이색적이며 정감이 있다. 작은 물고기는 얼기설기 엮은 망 사이로 빠져 나가고 다 자란 큰 물고기만 걸리게 되기 때문에 비록 잡히는 수는 많지 않겠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자연을 재산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럴 것이다.(박호진의 ‘지구촌 오지여행’을 주로 참고함)

이런 인타족의 수상마을들도 원래의 모습에서 많은 변화가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은세공, 놋쇠 제조, 종이우산, 그리고 목재로 된 수직기를 이용해 옷감을 짜서 파는 수상시장도 생겼다. 주변에 식당도 들어섰고 새로운 관광지가 되고 있어서 아쉽기만 하다.

/전남대 연구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