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하면서 송강호를 비롯한 ‘봉준호 사단’과 통·번역가 등 숨은 공로자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송강호는 봉 감독과 영화 ‘살인의 추억’(2003)을 시작으로 ‘괴물’(2006), ‘설국열차’(2013)에 이어 ‘기생충’까지 네 작품을 함께하며 ‘봉준호의 페르소나’가 됐다. 봉 감독은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뒤 “위대한 배우가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지 못할 영화였다”면서 ‘동반자’ 송강호에게 공을 돌렸다.

송강호는 ‘기생충’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4인 가족의 가장 ‘기택’을 연기했다. 직업도 대책도 없이 살다가 아들 ‘기우’(최우식)가 부잣집 과외선생으로 취직하자 인생 역전을 노리는 ‘계획’에 가담한 뒤 큰 사건에 휘말린다.

‘기생충’이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어” 외국 관객들을 사로잡고, 마침내 난공불락과도 같은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정복한 데는 번역의 힘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리말을 영어 자막으로 옮긴 이는 미국 출신 달시 파켓(Darcy Paquet)이다. 그는 한국에서 20년 넘게 자막 변역과 영화평론가 등으로 활동해왔으며 ‘기생충’ 특유의 맛깔스러운 대사를 뉘앙스와 상징성을 잘 살려 번역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5월 칸국제영화제서부터 봉 감독 옆에서 통역을 도맡아 해온 최성재(샤론 최) 씨도 빼놓을 수 없다. 봉 감독 의도를 정확하게 살려 통역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에게 봉 감독은 ‘언어의 아바타’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10일(한국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그는 줄곧 봉 감독과 함께했다.

‘기생충’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술상과 편집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주제 의식을 드러내는 정교한 세트와 생동감 있는 편집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 중심에는 이하준 미술감독과 양진모 편집 감독이 있었다.

이하준 미술감독과 조원우 세트 디자이너는 부잣집과 반대되는 반지하 집, 비가 오면 물이 아래로 흐르듯 높은 곳의 부자 동네와 낮은 곳의 반지하 동네 등 대비를 염두에 두고 세트를 만들어 전 세계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기생충’은 미국 미술감독조합(ADG)상을 받은 바 있다.

양진모 편집 감독은 기택네 가족이 가정부 문광을 몰아내고 박사장 집에 입성하는 장면을 통해 리듬과 타이밍, 음악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편집으로 눈길을 끌었다. 양 감독은 ‘설국열차’(2013)와 ‘옥자’(2017) 등에서 봉 감독과 함께 했다.

‘기생충’ 음악을 맡은 정재일 음악 감독도 ‘기생충’ 주역 중 한명이다. 봉 감독은 “우아하지 않는데, 우아한 척하는 음악”을 주문했고, 정 감독은 그런 의도를 반영해 음악을 완성했다. 올해 아카데미상 주제가상 예비후보에 오른 엔딩곡 ‘소주 한잔’은 정 감독이 작곡한 멜로디에 봉 감독이 가사를 입힌 곡이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