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에 ‘선한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기생충은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거머쥐었다.

‘기생충’의 이번 4관왕 달성은 한국 영화뿐 아니라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오스카 역사도 새롭게 쓰는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은 지난 199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1955년 황금종려상,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 이후 64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다.

한국 영화는 지난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후보에 지명됐을 뿐 아니라 4관왕의 수상의 영예를 안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는 무대에 오른 뒤 “말이 안 나온다. 상상을 해본 적이 없는 일이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며 “이런 결정을 해준 아카데미 회원분들의 결정에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생충’의 강력한 경쟁작은 샘 맨데스 감독의 ‘1917’를 비롯해 ‘아이리시맨’(마틴 스코세이지), ‘조조 래빗’(타이카 와이티티), ‘작은 아씨들’(그레타 거위그), ‘조커’(토드 필립스),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쿠엔틴 타란티노) 등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영화상 수상자로 세 번이나 무대에 올랐다. 아시아계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것은 대만 출신 리안 감독 이후 두 번째이며 아시아계 작가가 각본상을 받은 것은 ‘기생충’이 처음이다.

봉 감독은 감독상 수상자로 무대에 올라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등 감독들에게 존경을 표하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오 등분 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해 좌중을 웃음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한편 ‘기생충’은 미술상과 편집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 역시 안타깝게도 수상하지는 못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