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적당히 이루었고, 적당히 포기한 채 살아갈 나이. 책임져야 할 것과 책임에서 벗어나고픈 것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칠 나이. 불혹이란 말은 틀렸다. 흔들리고, 또 흔들리며 억지로 무엇인가를 움켜쥔 채 흔들리지 않기를 갈망했다. 때로는 이를 악물고, 밀려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으며 적당한 자리를 잡기 위해 체제에 순응하면서 그 자리를 지키려고 애썼다. 그러다가 ‘틈’을 발견했다.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그 틈이 나를 간질이면서 뭔가를 터트리기 위해 점점 커져갔다.”

광주일보 신춘문예(2009년) 출신 소설가 차노휘가 마흔 넘어 떠난 산티아고 순례기를 담은 여행에세이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지식과감정)을 펴냈다. 책은 지난해 여름 포르투갈 쪽으로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오롯이 담았다. 모두 2부로 구성된 책에는 작가가 직접 걸으면서 느낀 이국의 풍경과 다양한 삶의 모습 등이 담겨 있다.

작가가 본격적으로 걷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부터다. ‘우연하게’ 시작했지만 그것은 필연을 위한 가장일 뿐이었다. 지금까지 제주도 올레길과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했으며 2017년에는 프랑스로 떠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거쳐 묵시아까지 900km 여정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이번 책에는 생장피드포르~론세스바예스, 수비리~팜를로나, 부르고스~온타나스, 폰세바돈~폰페라다, 사모스~페나 등 31개 구간이 나온다. 그것에서 보고 느끼며 만났던 풍광과 현지인들의 모습은 생생하다. 작가가 찍은 사진은 당시의 느낌과 상황이 고스란히 전달돼 특유의 분위기를 발한다.

“중간지대, 회색지대에서 옮겨가야 할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내가 발을 딛는 내 전부를 쏟아부을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그게 용기라면 나는 든든한 아군을 확보한 셈이다. 철저하게 낯선 공간에서, 무엇보다 언어가 다른 곳에서, 의지할 사람 없이 오롯이 혼자 모든 것을 내낸다는 것. 그것은 혼자가 되는 일이었다. 뒤늦은 ‘독립’이었다.”

한편 차 작가는 소설집 ‘기차가 달린다’, 장편 ‘죽음의 섬’ 등을 펴냈으며 현재 광주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성천 기자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