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표된 옛 전남도청 복원공사 설계 초안에 따르면 아시아문화전당의 랜드마크 기능을 담당해온 미디어 월이 철거될 예정이다.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복원계획과 이번 설계 초안에는 복원 공사가 완료되는 오는 2022년까지 미디어 월을 철거하기로 돼 있다.

5·18 당시 존재하지 않았던 건축물이 도청 복원이 완료되면 도청 건물을 가리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복원대책위는 “시민들의 편의성과 다른 이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80년 5월의 가치를 살려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계와 시민들은 도청 원형 복원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하면서도 도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감안해 미디어 월을 존치하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고음질의 다채널 음향시스템을 통해 5·18의 역사성과 가치를 더 많은 이들과 나누고 공유하는 데 미디어 월만큼 훌륭한 ‘도구’가 없다는 것이다.

옛 전남도청 후면에 위치한 미디어월은 가로 75m, 세로 16m 규모의 철골구조물이다. 국내 최초의 멀티미디어 플랫폼으로, 지난 2017년 1월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선정됨에 따라 아시아문화전당이 미디어아트 활성화를 위해 설치했다. 이후 광주가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도시로 재지정되면서 미디어 월은 시민들과 함께 창의도시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공간으로 인식돼왔다.

미디어 월의 장점은 야간에도 화면을 통해 미디어아트 작품은 물론 당양한 전시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있다. 일례로 지난 10월에 개최된 ‘2019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은 아시아문화전당 복합 6관과 미디어월, 하늘마당 등에서 작품이 상영됐다. ‘치유도시’(white Magic City)라는 주제로 열린 페스티벌은 광주의 이타주의를 구현했다.

하준수 작가의 ‘뼈와 꽃’은 민주화를 위해 삶을 버린 모든 사람들을 추모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1980년 5월, 이곳에서 목숨을 던져 우리를 구한 모든 영령께 이 작품을 바친다”고 밝혔다.

특히, 당시 페스티벌에서는 밤 10시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미디어 월을 통해 상영되면서 밤에도 수많은 지역민과 타지역민, 외국인들이 5월을 형상화한 작품뿐 아니라 광주의 미디어아트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처럼 미디어 월은 단순한 옥외 전광판이 아니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문화전당 내부 광장, 옛 전남도청 후면에 위치한 미디어월은 구건물과 신건물을 조화롭게 연결해주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이곳에선 5월 진실을 알리는 미디어아트 작품이 수시로 상영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작품의 쇼케이스도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시아문화전당 건축물이 모두 지하에 있는 관계로 그동안 미디어 월은 랜드마크 기능을 오롯이 담당해왔다. 철거 이후 이에 대한 이전 및 재설치, 철거 방식 등 대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미디어 월을 없앤다는 것은 자칫 소중한 문화자산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복원 계획과 설계 초안에도 철거가 예정돼 있지만 시민을 비롯한 5월단체 등의 철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면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천 기자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