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전당에서 즐긴 ‘30돌 광주음악제’
2019년 11월 28일(목) 04:50 가가
[강은희 수필가]
광주 사람들은 다 알아듣는다. 광주광역시로 바뀐 지 몇 십 년이 흐르고 목포 인근 남악골에 버젓이 새로운 전남도청이 들어섰는데도 우리 마음 속 깊은 자리에는 그 옛날의 도청이 버티고 있다. 그곳에 4년 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인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이 개관하였다. ACC는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을 위해 아시아 각국의 교류와 협력의 구심점을 마련하는 국제적인 예술 기관이자 문화 교류 기관으로 우뚝 서리라 출사표를 던지고 그에 걸맞게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굵직굵직한 전시와 공연이 이어져 광주의 문화 수준을 한껏 드높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그곳에서 광주음악협회 주관으로 ‘제30회 광주음악제’가 펼쳐졌다. 광주음악협회는 약 2600여 명 광주·전남 음악인들의 구심점이다. 벌써 서른 번째 이어지고 있는 축제의 장에 광주시민들의 관심이 차츰 증폭되고 있는 것은, 해를 거듭할수록 공연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광주음악제를 통해 ACC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ACC와 광주음악협회의 콜라보를 통해 공연의 수준이 한층 격상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날은 성악 페스티벌 ‘Opera Lovers’ Night’이 펼쳐졌다. ‘사랑한다! 미워한다!! 사랑한다?’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아리아들이 울려 퍼졌다. 순수한 사랑인가, 사랑의 두 얼굴을 보는 가슴 아린 사랑인가, 아니면 통통 튀었던 젊은 날의 초상만 곱씹고 있는가.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자, 치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자. 사랑하기 딱 좋은 가을 밤,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
둘째 날은 아름다운 피아노의 선율과 함께 음악의 숲을 거닐었다. 그곳은 모차르트, 베버, 베토벤의 향기가 흐르는 연초록 융단이 깔린, 고즈넉하고 호젓한 길이었다. 셋째 날은 관현악, 넷째 날은 작곡·국악, 다섯째 날은 생활 음악과 실용 음악(재즈) 축제가 이어지고 마지막 여섯째 날은 ACC 시민오케스트라의 공연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특히 ACC 시민오케스트라는 2016년 서로 다른 직업과 배경을 가진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모여 ‘장롱 속의 악기를 꺼내드립니다’라는 모토로 시작하였는데 벌써 4년째를 맞이하고 있단다.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이 일상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감상하고 즐기며 따뜻한 광주의 소리를 선사하고 있었다. 어느 시인이 서리 맞은 감같이 삭은 내 마음을 피처럼 찍어낸다고 표현한 이 가을, 광주음악제는 광주 시민의 영혼까지 푹 감싸 안은 위로와 감동의 시간이 되었으리라.
토요일 우리는 피처럼 찍힌 단풍잎 사이로 노을이 뉘엿뉘엿 지고 있는 ACC 마당을 지나 예술극장 극장2로 향했다. 공연 장소를 묻는 지인의 물음에 “도청~”이라는 답이 먼저 나오니 내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5·18 세대이다. 아직도 ACC 한 구석을 걸으니 가슴이 저릿해져 온다.
남녀노소가 손뼉 치며 즐길 수 있는 것이 재즈의 매력이다. 차분하게 자리를 잡고 앉자 양림동에서 결성된 밴드라는 ‘양리머스’의 공연을 시작으로 수준 높은 연주가 이어졌다. 처음 보는 재즈 공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데 사회자가 나와 에티켓을 설명해 주었다. 연주자가 심혈을 기울여 개인적으로 연주를 하면 손뼉을 칠 것, 보컬이 박수를 유도하면 같이 따라 줄 것, 그러니까 음악을 마음을 열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즐기라는 것이었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한 박수용 재즈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공연의 백미라고 할 만했다.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는 드럼의 쿵쾅거림, 영혼까지 떨리게 하는 베이스의 깊은 울림, 색소폰의 묵직한 가락, 피아노와 보컬의 감미로운 목소리, ‘When l fall in love’를 부를 때는 나도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공연이 끝나니 밖은 어둠이 내려 희뿌연 빛을 산란하고 있었다. ACC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하고 있지만 광주시민과는 조금 괴리된 느낌을 받았는데, 광주음악제를 통해 ACC와 많이 친근해진 것 같다. ACC가 광주시민과 음악인, 예술인들에게 디딤돌이 되는 거대한 반석이기를 바란다. 음악인, 예술인들이 ACC와 함께 아시아에서 위상을 높이는 광주의 긍지로 성장하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하여 외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역시, 광주는 예술의 도시야.”
이번 광주음악제를 통해 ACC의 위력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ACC와 광주음악협회의 콜라보를 통해 공연의 수준이 한층 격상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날은 성악 페스티벌 ‘Opera Lovers’ Night’이 펼쳐졌다. ‘사랑한다! 미워한다!! 사랑한다?’로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담은 아리아들이 울려 퍼졌다. 순수한 사랑인가, 사랑의 두 얼굴을 보는 가슴 아린 사랑인가, 아니면 통통 튀었던 젊은 날의 초상만 곱씹고 있는가.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헤매고 있는 자, 치명적인 사랑을 꿈꾸는 자. 사랑하기 딱 좋은 가을 밤,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나.
남녀노소가 손뼉 치며 즐길 수 있는 것이 재즈의 매력이다. 차분하게 자리를 잡고 앉자 양림동에서 결성된 밴드라는 ‘양리머스’의 공연을 시작으로 수준 높은 연주가 이어졌다. 처음 보는 재즈 공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우왕좌왕하는데 사회자가 나와 에티켓을 설명해 주었다. 연주자가 심혈을 기울여 개인적으로 연주를 하면 손뼉을 칠 것, 보컬이 박수를 유도하면 같이 따라 줄 것, 그러니까 음악을 마음을 열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즐기라는 것이었다. 특히 마지막을 장식한 박수용 재즈 오케스트라의 무대는 공연의 백미라고 할 만했다. 가슴까지 시원하게 하는 드럼의 쿵쾅거림, 영혼까지 떨리게 하는 베이스의 깊은 울림, 색소폰의 묵직한 가락, 피아노와 보컬의 감미로운 목소리, ‘When l fall in love’를 부를 때는 나도 사랑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공연이 끝나니 밖은 어둠이 내려 희뿌연 빛을 산란하고 있었다. ACC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하고 있지만 광주시민과는 조금 괴리된 느낌을 받았는데, 광주음악제를 통해 ACC와 많이 친근해진 것 같다. ACC가 광주시민과 음악인, 예술인들에게 디딤돌이 되는 거대한 반석이기를 바란다. 음악인, 예술인들이 ACC와 함께 아시아에서 위상을 높이는 광주의 긍지로 성장하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하여 외지인에게 이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역시, 광주는 예술의 도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