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해록’은 15세기의 조선인 금남(錦南) 최부(1454∼1504)가 당시 중국 경제문화의 선진지대인 강남을 견문하고 남긴 기록이다. 최부는 물산, 산업, 화폐, 주택, 음식, 복식, 풍속, 산천, 교통, 무기 등을 두루 관찰한 점에서 여느 연행록과 구별된다.

특히 최부는 항주로부터 북경에 이르는 대운하의 모든 구간을 주행한 최초의 조선인으로, 대운하 운용에 대해 동시대 중국인 기록보다 상세한 기록을 남겼다는 사실을 중국학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국립광주박물관(관장 김승희)은 나주 출신 최부의 ‘표해록’을 13세손 최안범 선생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기증받은 문화재는‘금남최선생표해록’을 비롯해‘금남최선생문집’등 5건 5점이다.

최부가 처음 쓴 ‘표해록’ 초고는 ‘중조견문일기’(中朝見聞日記)라는 제목이었다. 그러나 ‘금남표해록’(錦南漂海錄)으로 문집에 오르면서 ‘표해록’으로 지칭됐다.

이 책은 3권 21책으로 구성돼 있는데 중종 때 처음 간행된 초간본 이후 몇 차례 목판과 재간행을 거쳤다.

이후 1896년(고종 33) 강진의 후손에 의해 목활자본으로 간행됐다. 이를 ‘화산문고본’(華山文庫本)이라고 부른다.

마지막으로 1954년 나주에서 다시 목활자본으로 문집 5권이 발간됐으며, 바로 이 책이 이번에 광주박물관에 기증됐다.

최부의 본관은 탐진(지금의 강진)이며, 나주에서 태어나고 자라 호를 금성의 남쪽을 뜻하는 금남(錦南)으로 삼았다. 도망친 노비를 잡아들이는 추쇄경차관으로 임명돼 제주에서 근무하다가, 고향으로 가던 중 추자도에서 풍랑을 만나 명나라 태주부 임해현(지금의 절강성) 해안에 닿았다.

6개월 동안 온갖 시련을 겪은 뒤 조선으로 돌아온 최부는 중국에서 경험한 견문을 기술했다. ‘표해록’에는 부친상의 소식을 듣고 귀향하는 과정에서 남중국으로 표류한 사실, 조선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자세하게 묘사돼 있다.

한편 표해록은 여러 언어로 번역되기도 했다. 1769년(영조 45) 일본의 주자학자 기요타 기미카네는‘당토행정기’(唐土行程記)라는 이름으로 출간했으며, 26년이 지난 후 ‘통속표해록’(通俗漂海錄)으로 다시 출간했다. 또한 한글 언해본이 발간되기도 했으며 20세기에 이르러 여러 종의 번역본이 나왔다.

한편 김승희 광주박물관 관장은 “‘표해록’은 15세기 남중국의 상황을 생생하게 서술했다는 점에서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버금가는 귀중한 조선의 중국견문록”이라고 평가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