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88)씨의 사자(死者) 명예훼손 재판이 11일 광주에서 또다시 열렸으나 전씨는 예상대로 출석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씨는 지난 3월 한차례 출석한 이후 건강을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았으나, 최근 강원도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모습이 드러나 비난이 일고 있다.

전씨의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광주지법 형사8단독 장동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전씨 측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송모 당시 육군 1항공여단장, 61항공단장, 506항공대대장 등 지휘관 3명과 서모·구모 씨 등 부조종사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법정에는 송모 1항공여단장과 김모 506항공대대장을 비롯한 서모·구모 부조종사 등 전씨측 증인 4명과 검찰측 증인으로 변주나 전북대 교수 등 총 5명이 출석해 증언했다.

송씨 등 전씨 측 증인들은 이날 재판정에서 1980년 5월 당시 헬기사격을 지시하거나 목격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진술을 이어갔다. 반면 검찰측 증인으로 나선 변 교수는 1996년 5·18 부상자인 남현애(여)씨의 몸에서 빼낸 탄환 일부를 미국으로 가져간 뒤 무기실험 연구소 2곳에 성분 등을 의뢰했는 데, 탄환지름이 최소 6.5㎜ 이상인 철갑탄으로 자동기관총의 파편이라는 분석 결과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변 교수는 특히 이 파편은 장갑차 등에 부착해 사용하는 것으로, 손에 쥐고 사용하는 소총이 아닌 살상용 중형 무기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도 결과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변 교수는 “해당 파편만으로도 계엄군이 중형 살상용 무기를 사용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인 남씨는 올 5월 두번째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 “전일빌딩 건너편을 지나던 중 헬기에서 쏜 총탄에 맞았다”고 진술했었다.

한편, 지난 3월 단 한차례만 법정에 출석했던 전두환씨는 이후 알츠하이머 등 건강 등을 이유로 재판부의 허가를 받아 출석하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5월 단체 등을 중심으로 재판부가 전씨를 과도하게 예우를 하고 있다며 구속재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