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감상실 ‘다락 +’ 건물 외관

취재를 하며 신청곡을 넣었다. 엘가의 ‘첼로협주곡’이다. 은은한 조명 아래 늦가을 밤 듣는 묵직한 첼로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아마도 이 곳에 한번 발을 들인 클래식 애호가라면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서지 못할 듯하다. 최고급 오디오 시설을 갖춘 이곳에서, 계속해 또 다른 곡들이 듣고 싶어질 테니.

지난 2010년 광주시 동구 학동에 문을 연 ‘클래식 음악감상실 다락’은 지역 클래식 음악계를 풍성하게 해왔다. 다락의 집중 클래식 강좌인 ‘다락 아카데미’를 다녀간 사람은 1000여명이 넘는다. 유명 연주자를 초청해 진행하는 ‘다락 하우스 콘서트’는 트럼페터 성제창 서울대 교수를 초청한 15일 공연으로 95회를 맞는다. 조현영·서현일·이인영 피아니스트 등이 강사로 참여한 피아노 강좌, 유형민 소프라노가 함께 한 오페라 강좌, 그리고 구지훈 강사 등이 나선 미술강좌도 열렸다. 그밖에 서울과 헝가리, 네덜란드 등으로 해외 클래식 투어를 떠나는 등 광주의 새로운 클래식 향유 문화를 만들어왔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반길만한 공간이 이번 주말인 16일 문을 연다. ‘다락’을 운영하는 김명선 대표가 자택 건물 1층에 오픈하는 ‘다락 +’(광주시 남구 행암동 620번지)다.

기존 다락이 강좌, 콘서트와 함께 정해진 시간에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데 반해 이번에 문을 여는 ‘다락 +’는 방문객이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클래식 음악감상실이다.

건물 외관에는 김 대표가 직접 선정한 카리스마 넘치는 마에스트로 카라얀, ‘바이올린 여제’ 안네 소피 무터, 떠오르는 첼리스트 솔 가베타의 사진이 붙어 있다. 원목으로 마감한 공간에 자리잡고 있는 건 육중한 두 대의 스피커다. 오랫동안 전 세계 오디오 잡지의 표지 모델을 장식했던, ‘천사의 소리’로 유명한 프랑스 자디스사 ‘유리스미Ⅱ 스피커’와 ‘제우스의 소리’로 명성을 날린 미국 매킨토시사 제품으로 두 회사의 최고급 모델이다. 특히 ‘유리스미Ⅱ’는 강릉 참소리축음기&에디슨박물관 등에 비치된 제품으로 이 스피커의 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에서 오디오 애호가들이 김 대표 집을 방문하곤 했다.

감상실에는 모두 30여석의 좌석이 마련돼 있다. 당분간은 월~일(목요일 휴무)까지 6일 동안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되며 따로 신청을 하면 오전 10시부터도 감상을 할 수 있다. 또 CD와 최고 사양 음원을 통해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할 수 있으며 다락에서도 인기가 높은 DVD 명연주 실황 감상하는 시간도 마련할 계획이다. 그밖에 감상실을 찾는 이들이 듣고 싶은 신청곡을 틀어주며 자신이 갖고 있는 CD를 직접 가져와 들을 수도 있다. 입장료는 1만원으로 루왁 커피 또는 음료를 제공한다.

김 대표가 ‘다락 +’를 오픈한 건 오랫동안 다락을 찾았던 한 회원에게서 출발한다. 사실, 다락이 특정 시간에만 문을 열면서 “자유롭게 음악을 듣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기기 관리 문제 등으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데 몇개월 전 한 회원이 조용히 와서 말을 건넸다. “다락을 자주 찾던 친구가 세상을 떠났는데, 다락에서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접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고 감사의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는 전언이었다.

김 대표는 가슴이 철렁했다. 가끔 음악을 듣고 싶다고 말하던 그 회원의 모습이 떠올랐고, “아, 내가 좀만 더 빨리 마음을 먹을 걸”하는 생각이 들었다. 착잡한 마음에 몇날을 고민하던 그는 즉시 실행에 옮겨 클래식 감상실을 준비했다.

김명선 대표는 “새롭게 문을 여는 다락 +가 바쁜 일상 속에서 쉬고 싶은 분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분들이 자유롭게 오셔서 편하게 머물다 가는 공간으로 자리잡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락 홈페이지를 통해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고 감상을 원하는 시간 등도 올릴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