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가 8년 연속 1위를 달리고 있는 경제 지표가 있다. ‘자영업자 폐업률’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지역 개인 자영업자 폐업률은 12.2%로 울산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높았고 지난 2011년부터 8년 연속 자영업자 폐업률 1위라는 오명을 남겨왔다.

4일 오후 찾은 동구 충장로 1가 입구부터 충장로우체국 앞까지 80m 거리에 ‘임대’ 딱지가 붙은 점포는 10개가 넘었다. 이들 빈 점포는 2000년대 10~20대 패션을 책임졌던 ‘남인천하’와 74년 전통 중화음식점 ‘왕자관’, 화장품 로드숍, 휴대폰 대리점, 패밀리 레스토랑, 생활용품점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들이 성업했다. 하지만 수개월에서 길게는 5년 넘게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금남로·충장로 3층 이상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6.7%로, 지난 2분기보다 1.5%포인트 올랐다. 6개 점포 가운데 1곳 꼴로 ‘빈 점포’라는 것이다. 신흥 상권으로 꼽히는 상무지구 공실률도 0.5%포인트 오른 19%를 기록했다.

동구 불로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A(63)씨는 “30여 년 동안 음식장사를 하면서 지금처럼 힘든 때는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10여 년 전에는 하루 매출이 120만원을 찍을 때도 있었다”며 “지금은 온라인 구매 영향으로 주위 옷가게 상권이 몰락하면서 덩달아 손님이 뚝 끊겨 하루 10만원 벌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동구 중앙로 160번길 이른바 ‘콜박스 사거리’로 불리는 번화가에서 과일음료를 파는 청년상인 B(30)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8평(26㎡)짜리 건물 임차료 300만원, 전기요금·수도요금 50만원 등을 합하면 한 달 지출은 2000만원을 훌쩍 넘는다”며 “인건비라도 아끼기 위해 올해 초부터 아르바이트 직원을 구하지 않고 홀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시장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달 18~22일 광주지역 소매업, 음식점업, 서비스업 등 9개 업종 소상공인 113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체감 경기 지수’는 77.9로 최근 3년간 ‘경기 체감 기상도’에서 ‘맑음’(90~110)을 기록한 달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손중호 광주시상인연합회장은 “지역 27개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사정이 시간이 지나도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의 강화된 자영업자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광주호남지역본부 관계자는 “내수 판매가 급감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가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며 “광주 인구는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자영업자는 늘고 있어 당분간 자영업자 사정은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폐업을 고민하는 자영업자는 올해 광주·순천·목포에 신설된 재기지원센터를 이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