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생활교복을 입다가 겨울철 두껍기만 하고 따뜻하지도 않은 동복(冬服) 교복으로 바뀌면 너무 불편해요.”

광주시 서구의 한 중학교를 다니는 김모(2학년)양은 지난달부터 입기 시작한 동복 교복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여름철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반바지와 반팔로 구성된 ‘생활교복’을 입었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셔츠와 자켓, 조끼, 치마 등 정장 형태의 기존 교복을 다시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김양은 “여중생이나 여고생의 경우 ‘현대판 코르셋’이나 ‘아동복’이라 불릴 정도로 교복이 작고 타이트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불편함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동복은 특히 구입비도 만만치 않아 학부모들에게도 큰 부담이다.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광주지역 동복 공동구매 평균 금액은 20만8000원으로, 강원도(26만6125원)에 이어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가장 비싸다.

문제는 값비싼 교복을 구입했어도 재질과 품질이 떨어져 불편한 교복바지 대신 기성복 바지를 따로 사거나, 수선을 하는 등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겨울에는 교복 위에 패딩 점퍼 등 외투를 걸치기 때문에 사실상 교복의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이처럼 정장 형태의 일반교복에 대한 불편·불만이 잇따르면서 광주지역 일부 학교들 사이에선 겨울철 교복도 편한 생활교복으로 바꾸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여름철 반팔·반바지형 생활교복을 도입한 학교는 많았지만, 학교의 역사와 상징성 탓에 동복을 바꾸는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이례적인 변화라는 게 지역 교육계의 분위기다.

28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광주지역 중학교 91곳 중 생활교복을 도입한 학교는 2018년 6월 57곳(63%)→올해 3월 71곳(78%)→올해 10월 76곳(84%)으로 증가했다. 고등학교 역시 같은 기간 전체 67곳 중 26곳(39%)→33곳(49%)→34곳(51%)으로 늘었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생활교복이 반팔과 반바지 등 하복 중심으로 도입되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동복으로 확대한 학교가 늘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동복을 생활형 교복으로 채택한 중·고교는 각각 1곳씩 총 2곳에 불과했지만 올해 들어 중학교 7곳, 고등학교 5곳 등 총 12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동복을 모자가 달린 후드형으로 바꾼 곳이 6곳으로 가장 많았고, 지퍼가 달린 집업형은 3곳, 스포츠점퍼는 2곳, 정장셔츠 대신 티셔츠를 도입한 학교는 1곳이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마다 학생과 학부모의 견해가 다르고 가격, 디자인 등 민감한 사안이 얽혀 있어 교복과 관련한 의사 결정이 결코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교육과정 속에서 교복을 바꿔나가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