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 명에 달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거주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하수도 문제일 것이다. 특히 분뇨 처리 방식은 도시민의 거주 환경과 직결된다. 선진적인 도시일수록 오·폐수나 하수 처리는 거주하는 도시민이나 관광객들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드러나지 않게 이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광주의 경우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최근 광주시 동구 충장파출소 인근 오피스텔에서 한낮에 정화조 청소를 하는 바람에 지나는 사람들이 악취 때문에 코를 막아야 했다. 동구 학동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정화조 악취 탓에 집단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유독 구도심 지역에서 정화조 관련 민원이 잇따라 발생하는 까닭은 대부분 정화조를 따로 둬야 하는 ‘합류식 하수관’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정화로로 인한 악취 발생과 위생 불량을 우려하고 있다.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에 설치된 총 하수관로 4360㎞ 가운데 38.7%(1685㎞)가 ‘합류식 하수관’이다. 광주 5개 구 가운데 동구는 ‘합류식’ 비율이 78.6%로 가장 높다. 다섯 집 가운데 네 집이 일정 기간마다 정화조를 퍼내야 하는 것이다. 합류식 대신 분뇨를 정화조 없이 공공 하수처리시설로 즉시 보낼 수 있는 ‘분류식 하수관’을 설치하려면 2조 8000억 원대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광주시는 추정하고 있다.

주민들이 쾌적하게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춰야 좋은 도시일 것이다. 악취를 풍기는 도시에서 관광객들도 좋은 인상을 받기란 어렵다. 따라서 광주 구도심 정화조 문제 해결에 지자체가 앞장서야 한다. 광주시는 보다 적극적인 예산 확보와 치밀한 계획 수립으로 구도심 등에 설치된 ‘합류식 하수관’을 ‘분류식 하수관’으로 교체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