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고교에서 드러난 ‘내신 몰아주기’ 행태는 학교가 교육 공간이 아니라 복마전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광주시교육청이 엊그제 발표한 학교법인 고려학원 산하 고려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답을 정답 처리하거나 정답을 오답으로 채점하는 등 서술형 문제 점수를 조작한 것만 2017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수천 건에 달했다. 이 학교는 3학년 기말고사 수학시험을 앞두고 수학 동아리 학생에게 시험문제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감사를 받았다.

감사 결과 교사 등은 전체 학생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상위권 학생들에게 점수를 몰아줬다. 서술형 문항에 답을 적어 내지 못해 ‘빈칸’으로 제출한 상위권 학생에게 점수(5점)를 줬고, 같은 답을 적었지만 상위권 학생에겐 7점, 일반 학생은 3점을 주기도 했다. 일반 학생은 상위권의 ‘들러리’에 불과했다. 상위권 대학 입시에 유리하다는 왜곡된 판단으로 8개 선택과목(물리Ⅰ·Ⅱ,화학Ⅰ·Ⅱ, 생명과학Ⅰ·Ⅱ, 지구과학Ⅰ·Ⅱ) 중 학생 의사와 무관하게 ‘생명과학Ⅰ’·‘물리학Ⅰ’·‘물리학Ⅱ’만을 필수과목으로 지정·운영했다.

교직원이 대거 이 같은 부정행위에 가담한 사례가 드러난 것도 충격적이다. 교장·교감이 중징계 대상이 됐고 교사 48명이 징계나 행정처분 대상으로 지목됐다. 문제는 지난해 대동고 시험지 유출 사건 이후 이번까지 고교 내신·시험 관련 부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광주 공교육에 대한 불신을 심화하고 대학에서 성적을 불신하는 악순환을 낳게 된다. 결국 선량한 다수 학생이 입시에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시교육청과 학교는 반복되는 내신 부정행위를 근절하지 않으면 광주 교육에 미래가 없다는 각오로 고교 성적 관리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