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열린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고(故) 박기옥 선생의 포상(대통령표창)을 문재인 대통령이 유족에게 직접 전달해 관심이 집중됐다. 박기옥 선생은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에 재학중이던 1929년 10월 나주역에서 일본인 학생들에게 희롱당했지만 당당히 맞서며 일제에 대한 저항정신을 보여줬다. 박 선생이 지핀 불씨는 전국으로 퍼져나가며 학생독립운동으로 발전했다.

학생독립운동은 3·1만세운동, 6·10만세운동과 함께 3대 항일운동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초등학교 교과서에 단 한 줄도 실리지 않는 등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석달이 채 안 남은 90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앞두고, 전국적인 관심 조성과 함께 역사자료를 정비해 광주에서 촉발된 전국 규모의 독립운동으로서의 면모를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국가보훈처에 따르면 올해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11월3일 정부 주관행사로 치러진다. 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광주시 동구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곳은 광주학생독립운동 당시 한·일 학생 충돌 지점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요인 경호 등 행사 진행에도 적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올해 90주년을 계기로 학생독립유공자 기준을 기존 ‘수형·옥고 3개월 이상’에서 ‘퇴학·제적’까지 넓히면서 학생운동 참가자들이 대거 독립유공자로 지정됐다. 지난해 436명이었던 학생운동계열 독립유공자는 올해 광복절을 계기로 521명으로 늘어났다.

학계에서는 실제 참가자에 비하면 자료 부족 등으로 유공자 지정 숫자는 턱없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학생독립운동에는 북한 포함 전국 320여개 학교, 5만명 이상의 학생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당시 학적부가 남아있는 학교는 55개교 뿐이다.

또 당시 언론보도, 일본 자료에 따르면 북한지역에서도 100여개교 이상이 시위를 벌였지만 연구자들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남북 합동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초·중등 교과서는 학생독립운동에 대한 비중을 높이고 정확한 정보를 담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6월 (사)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가 발표한 자료를 살펴보면 현재 중등 역사 교과서는 조선총독부 자료를 인용해 학생독립운동에 194개 학교가 참여한 것으로 나와 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광주시교육청이 조사한 결과 국내외 320개교가 참여했던 것으로 판명난 만큼 신속히 정정해야 한다는 게 단체들의 주장이다. 또 초등학교 교과서에는 학생독립운동에 대해 아무런 언급조차 없는 실정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는 올 90주년 행사에 북한 학생들을 초청하는 등 남북한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또 조만간 ‘학생독립운동 90년사’(가제)를 발간하고 기념음악회 개최(10월27일 예정), 사적지 표지석 설치, 기념우표 인쇄 등 본격적으로 기념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90주년을 계기로 100주년 이전까지 현 광주역 인근에 1929년 당시 광주역을 조성해 기념공간을 만들고, 항일지사들의 사랑방으로 불렸던 흥학관(동구 광산동)도 복원해 교육 장소로 활용할 방침이다.

김성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은 “학생독립운동에 대한 북한지역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만큼 민간차원에서 남북 교류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기념공간들과 연구를 바탕으로 선열들의 독립 정신을 후대에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