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홍길 서울 선정고 교사] 치자 향이 주는 의미
2019년 08월 14일(수) 04:50
나는 휴가철이 되면, 반드시 부모가 농사 지으며 살고 있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올 여름에도 고향인 자은도를 찾았다. 이제는 여느 때처럼 여객선을 이용하지 않아도 부모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올 4월에 개통된 천사대교의 영향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총 연장 10.8㎞이기에 시속 60㎞ 이내로 천천히 주행하면서 주위에 떠 있는 무수한 섬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8월 초 열대야와 폭염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거실에서 선풍기를 튼 채 저녁상을 물린 우리는 마당에 나가 모기장을 치기로 합의했다. 모기향을 피우고 베개를 베자 무수한 별들이 하늘에 떠 있었다.

그때 산들바람을 타고 어디에선가 꽃향기가 코끝에 전해졌다. 도시에서 접해 보지 못했던 냄새였기에 내가 코를 킁킁거리며 묻자 아버지는 치자꽃 향기라고 했다. 지인이 한 그루를 주기에 마당 한쪽 귀퉁이에 작년에 심었다는 것이다.

핸드폰을 열어서 치자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추위에 약한 난대수종으로 겨울 기온이 낮은 내륙에서는 동해를 입기에 섬과 해안 지방이 적지라는 설명이었다. 매년 6월과 7월에 하얀 색의 꽃을 피우는데 달콤한 향기가 매우 강하다고 했다. 그리고 꽃말은 ‘한없는 즐거움’이었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차들이 다니는 길가에 애기동백(산다화)이 있는데 겨울철에 은은한 향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거의 모든 나무가 새 생명을 준비하려고 동면에 들어가는 때에 산다화는 치자처럼 강한 향은 아니지만 ‘좋은 냄새를 오랫동안 선사한다’고 말했다. 만물이 잠든 겨울에 붉은 색의 꽃을 피운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향기까지 발산해 주는 산다화 자랑을 어머니는 계속했다.

얼마 전에 연수를 받으면서 강사로부터 우주의 중심은 분명 인간인데 너무 쫓기며 사는 나머지, 자연을 무시하고 있지나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주의 깊게 들었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저급한 것으로부터 고급한 것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질서정연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그 연결 고리를 심하게 흔들면서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는 존재가 인간이라는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휴가철, 고향에 내려와 밤하늘의 별을 보면서, 바람결에 전해지는 치자 향을 맡으면서 나는 저 자연물처럼 이웃들에게 유익함을 주는, 한없는 즐거움을 주는 존재인지를 생각해 보았다. 부모님과 함께 셋이서 살아온 얘기를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었지만, 여름밤의 치자꽃 향기는 지나온 삶을 반성케 해주었기에 잊을 수 없는 밤이었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